미국 대통령 선거일(현지시간 8일)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뒤처져 있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고 역전승할 것이란 예측이 부쩍 늘어났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미국 주가가 연일 하락하는가 하면 접경국 멕시코는 비상계획을 짠다고 밝힐 정도로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2016 미국의 선택] "트럼프 당선땐 허리케인급 충격"…월가 공포지수 급등
“시장 변동성 커질라”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날보다 14% 폭등한 22.08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8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5거래일 만에 36% 상승했다.

이날 S&P500지수는 0.44% 떨어진 2088.66으로 장을 마치며 8거래일 연속 내리막을 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 연속 하락세다. 이 기간 지수는 3% 밀리며 심리적 지지선인 2100선까지 무너졌다.

월가의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투자자들이 트럼프가 당선되면 정책 불확실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해 안전자산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불법이민자 추방, 대규모 재정지출 등 트럼프의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멕시코 경제 직격탄 맞을라”

멕시코는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우는 등 ‘후폭풍’에 대비하고 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현지 언론에 “재무부와 함께 비상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카르스텐스 총재는 지난 9월 트럼프의 당선을 허리케인이 멕시코를 강타하는 것에 비유하면서 극도의 경계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언급되자 멕시코 페소화 가치도 최근 5거래일 동안 3% 폭락해 달러당 19.14페소까지 밀렸다.

이민자들의 송금 등을 포함해 미국에서 멕시코로 넘어가는 자금은 연간 1480억달러로 멕시코 국내총생산(GDP) 1조3000억달러의 12%에 달한다. 트럼프가 당선돼 이민자를 단속하고, 불법 송금을 통제하면 멕시코 경제는 치명타를 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트럼프는 미국과 멕시코 등이 포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럴 경우 멕시코는 최대 교역 상대국인 미국과의 무역거래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급격한 정책 변화 없을 것”

시장의 우려와 달리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급격한 정책 변화가 없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책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는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분명히 발언 수위를 낮추고, 종말론적으로 보이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는 부동산업자”라며 “대통령이 된다면 뭔가(사람들이 살 만한 물건)를 내놓으려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후보 모두 압도적으로 승리하기 어렵고,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중 한 곳이 독주할 수 있는 의석 확보가 거의 불가능해 누가 당선되든 주요 정책과 법안이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