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 36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 6.5의 강진이 강타하면서 14세기 대성당 등 주요 문화재들이 무너져내렸다.

나흘 전 발생한 전진으로 주민들은 미리 대피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고대 로마 성벽, 고딕·바로크 양식의 성당들, 수백 년 된 미술 작품들이 무너져 내리거나 그 잔해에 깔리면서 '이탈리아의 정체성'이 타격을 받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서는 지난 8월 3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규모 6.2의 강진 이후 24일 규모 5.4와 5.9의 두 차례의 전진이 있었고, 이날 1980년 이후 가장 강력한 규모 6.5의 지진이 찾아왔다.

1980년 11월 나폴리에서는 규모 6.9의 강진으로 3천 명의 사망자를 낸 바 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런 연쇄 지진으로 "(국가의) 영혼이 흔들렸다", "이탈리아의 정체성이 현재 위험에 처해있다"며 무너진 주택과 교회 등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진이 발생한 아펜니노 산맥 지역은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이 맞물려 유럽에서 지진 위험이 가장 큰 곳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예술적 유산이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진앙에서 불과 6㎞ 떨어진 움브리아 주 노르차에서는 성 베네딕토 대성당 등 교회 건물 2곳이 파괴됐다.

14세기에 지어진 성 베네딕토 대성당은 베네딕토 수도회 창시자인 이탈리아의 성인 베네딕토 수도사의 탄생지에 지어진 유서 깊은 성당으로, 매년 5만 명의 순례자들이 찾는 곳이다.

이 대성당은 수백 년 동안 수십 차례의 지진을 견뎌 왔지만, 이번 지진에는 건물 정면의 파사드만 남긴 채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수녀원에서 탈출한 루시아 라파엘 수녀는 계속되는 지진이 "대재앙처럼 느껴졌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15세 프레스코화로 유명한 성 마리아 아르젠테아 성당도 건물 정면의 파사드 일부와 탑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구조물은 무너져내렸다.

앞선 지진에서 이미 금이 가는 등 손상을 입었던 고대 로마 성벽의 많은 부분도 탑과 함께 파괴됐다.

지난 8월 지진으로 건물 대부분이 파괴된 라치오 주 아마트리체에서 희망의 상징으로 남아 있던 13세기 종탑도 이번 지진은 견뎌내지 못했다.

이달 초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해 폐허 속에서 홀로 기도할 때도 남아 있던 이 종탑의 상부가 이번 지진에 사라졌다.

15세기 건물인 성 아고스티노 성당도 붕괴했다.

진동은 진앙에서 약 130㎞ 떨어진 수도 로마까지 미칠 정도로 강력했다.

로마의 4대 성전 중 하나로, 4세기 이래 가톨릭 성지인 성 바오로 대성당의 건물 외벽에 금이 가 점검을 위해 수 시간 동안 출입이 통제되기도 했다.

17세기 건축물인 성 이보 알라 사피엔차 성당의 지붕에서도 균열이 발견됐다.

동부 마르케 주의 해안도시 안코나의 중세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예시의 성 요세프 교회도 지붕이 함몰되고 균열이 발견됐으며, 같은 주 톨렌티노의 성 카네르보 성당과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도 눈에 보이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mi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