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명 경상·이재민 10만명…나흘전 강진에 사전 대피해 인명 피해 제한적
노르차 중세수도원 붕괴 등 문화재 피해도 상당할 듯…"한국인 피해 없어"


이탈리아 중부에서 30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또 다시 강진이 발생했다.

1980년 이래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된 이번 지진은 이탈리아 반도 전역에서 진동이 느껴질 만큼 강력했다.

이탈리아 지진화산연구소(INGV)는 이날 아침 오전 7시40분께 움브리아주 페루자에서 동남쪽으로 67㎞ 떨어진 노르차 인근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진원의 깊이는 약 10㎞로 관측됐다.

당초 INGV는 지진 규모를 6.1로 발표했다가 상향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의 규모를 처음에 7.1로 발표했다가 6.6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지진은 지난 8월24일 규모 6.2, 나흘 전인 지난 26일 밤 규모 5.4와 5.9(INGV 관측 규모)의 지진이 연속으로 일어난 중부 아펜니노 산맥이 위치한 산간 지역에서 또 다시 발생한 것이다.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이 맞물리는 곳에 있는 아펜니노 산맥 지역은 유럽에서 지진 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수도 로마를 비롯해 남부 바리, 오스트리아와 인접한 북부 볼차노까지 진동이 느껴질 만큼 지진의 강도가 셌다.

이탈리아 시민보호청의 파브리치오 쿠르치오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아직 사망자에 대한 보고는 없고, 수 십 명이 가볍게 다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건물이 상당수 붕괴되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도로가 봉쇄됐다"고 밝혔다.

도로가 차단됨에 따라 구조 당국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고 쿠르치오 청장은 덧붙였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부상자 약 20명이 나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가운데 9명은 노르차 등지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역에는 교민이 거주하지 않고,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 아니라 한국 교민이나 여행객의 피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주 이탈리아 한국대사관 측은 밝혔다.

이번 지진이 1980년 나폴리 인근의 캄파니아 주에서 발생해 약 3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6.9의 지진 이후 36년 만에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지진 중 가장 강도가 셌음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가 크지 않은 것은 나흘 전 같은 지역을 강타한 두 차례 강진과 여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나흘 전 지진 이후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대다수가 이미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기 때문이다.

또, 이날 지진이 사람들이 잠에서 깬 아침 시간에 발생해 재빨리 몸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인명 피해가 적은 이유로 꼽힌다.

지난 8월24일 한 밤중에 일어난 지진으로는 아마트리체 등에서 298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지난 26일 저녁 지진으로는 70대 노인 1명이 심장마비로 숨진 바 있다.

앞서 2009년 4월에도 이번 지진의 진앙과 가까운 아브로초 주 라퀼라에 진도 6.3의 지진이 덮쳐 30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하지만 이탈리아 방송들은 무너진 집들과 성당, 겁에 질려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며 물적 피해는 적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당장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만 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지진의 진앙에서 남쪽으로 불과 6㎞ 떨어진 노르차에서는 14세기에 건축된 유서깊은 건축물인 성베네딕토 수도원이 붕괴되는 등 문화재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지역은 지난 8월24일 발생한 규모 6.2의 강진으로 폐허가 된 아마트리체, 페스카라 델 트론토 등과 인접해 있어 이미 지반이 약화되고, 건물 곳곳에 금이 간 상태였다.

나흘 전 발생한 지진으로 마을이 상당 부분 파괴된 마르케 주 소도시 우시타의 마르코 리날디 시장은 AFP통신에 여진 우려로 차에서 자던 중 지진을 느꼈다며 "모든 것이 무너졌다.

(건물 잔해에서 피어오르는)연기 기둥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지난 8월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마르케 주 아르콰타의 알레안드로 페트루치 시장은 AP통신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며 "이제 더 이상 마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스카이TV는 성베네딕토 성당 앞의 베네딕토 성인상 앞에 모여 수사들과 수녀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진, 지진 일대의 관광지에 머물던 관광객들이 호텔에서 대피한 채 광장을 서성이는 모습 등을 비춰주고 있다.

진앙에서 약 130㎞ 떨어진 수도 로마에서도 이른 아침 놀란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 나오고, 로마 지하철이 점검을 위해 운행을 멈췄다.

현지 안사통신은 로마 시내의 일부 건물도 금이 가고,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나가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로마의 4대 성전 중 하나로 꼽히는 로마 시내 남부 성바오로 대성전은 건물 외벽에 금이 가는 등의 피해를 입어 출입이 수 시간 동안 통제됐다.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등 대표적 문화재는 아직까지 피해가 보고 되지 않은 채 정상적으로 개방되고 있다.

한편,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지진 발생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주택과 가게, 교회 등 최근 지진으로 파괴된 모든 것을 재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대중을 상대로 한 일요 삼종 기도에서 "지진으로 인해 다친 사람과 피해를 입은 사람, 구조대와 구급 요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