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빙자한 中 '기술 빼돌리기' 막을 법적근거 마련

독일 정부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중국 자본의 접근으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할 수 있게 하는 범 EU 차원 규제를 추진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행보는 로봇업체 쿠카 등 많은 독일 기업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자본에 넘어가면서 기술유출에 대한 불안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독일 정부는 중국 투자가들의 독일 기업 인수를 막는 데 영향력을 발휘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현행 독일법상 정부는 정보기술(IT) 보안이나 국가 기밀문서와 관련 있는 방위산업체를 인수하려는 시도에만 개입할 수 있다.

FT는 독일 정부가 기업 인수를 차단할 당국의 권한 강화안을 놓고 부처 간 협의 중이며 이 같은 규제를 EU 전체 차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마티아스 마흐니히 독일 경제부 차관은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지만 특정 국가의 지시로 이뤄지거나 독일을 투자 대상으로 삼기보다 독일 기술에 접근하기만을 원하는 거래는 곤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마흐니히 차관은 "산업 정책 때문에 이뤄지거나 기술이전을 위한 거래라는 게 확실한 경우에 우리가 실질적으로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적 토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독일 경제부는 지난 24일 중국의 푸젠 그랜드칩 투자펀드(FGC)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아익스트론을 6억7천만 유로(약 8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계약에 대한 승인을 철회하고 심사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아익스트론이 국가 안보 관련 기술을 보유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정보기관은 아익스트론 장비로 생산한 반도체 칩이 중국 핵무기 프로그램에 쓰일 수 있다고 독일 측에 경고했다.

독일 재계에는 중국 자본 유입에 제동을 걸려는 정부의 제안이 보호주의라며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다.

독일 재계 이익을 대변하는 독일산업연합(BDI)의 율리히 그릴로 회장은 "독일은 교역국이자 투자 대상국인데 장벽을 세우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우리는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없으며, 대신 독일 기업의 중국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