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가 저열한 방식의 인종차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 있는 재비어 대학과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지난주 잇따라 인종차별 사건이 발생해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공교롭게도 오하이오 주와 아이오와 주 모두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보도를 보면, 재비어 대학에선 지난 24일 한 백인 여학생이 흑인처럼 얼굴에 검정 페인트를 칠한 사진 한 장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학생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 여학생은 얼굴에 먹칠한 사진과 함께 "흑인 생명도 소중할 때 누가 백인을 필요로 할까"라는 글을 올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지지자들을 조롱했다.
재비어 대학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사태를 개탄한 한 트위터 사용자
재비어 대학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사태를 개탄한 한 트위터 사용자
흑인의 생명만 소중하니 자신도 흑인처럼 다니겠다는 비아냥에 가까운 말이다.

한 흑인 학생은 곧바로 "우리 학교 캠퍼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에 질렸다"고 반격했다.

문제의 사진이 돈 바로 다음 날엔 아프리카 주민의 복장을 한 해골과 뼈대가 기숙사 방 천장에 매달린 사진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해골 옆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와 함께 트럼프를 지지하는 선거 깃발이 함께 내걸렸다.

가톨릭 대학인 이곳에서 명백하게 흑인을 비하하는 일이 연쇄 발생하자 마이크 그레이엄 신부는 성명을 내어 "매우 분노하고 이런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재비어 대학은 27일 학내 인종차별주의 종식을 위한 포럼을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아이오와 주립대에선 28일 캠퍼스 내 건물 몇 동이 '백인의 자부심'이라는 포스터로 도배됐다.

'백인 학생들이여.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당신의 혈통을 자랑스럽게 여겨라. 1950년대 미국인의 90%가 백인이었으나 지금은 60%로 줄었다.

당신의 조국에서 소수가 되고 싶은가'라는 글이 포스터에 적혔다.

학교 측은 교내 정책을 위반한 이 포스터를 당장 건물에서 떼어냈다.

학교 측은 학생 동아리에 보낸 편지에서 "이런 포스터는 과거 편견과 인종차별주의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서로 존중하며 포용할 수 있는 학교를 이루고자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차별 해소를 강조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고릴라 마스크를 쓰고 줄을 맨 바나나를 흔들며 테네시 주 이스트테네시주립대 캠퍼스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집회 참석자들을 희롱한 백인 남학생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