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佛 사회당 대체 후보 물색 나서"

현역 대통령으로 전례 없이 낮은 지지도로 내년 재선 출마가 불투명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출간된 책에서 사회당 동료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사실상 회생 불능의 타격을 받고 있다.

27일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은 최근 르 몽드 기자가 집필한 자신의 대통령 재임 기간 대담집 '대통령이 그렇게 말해서는 안되는데...'를 출간했으나 사회당 동료들을 비롯해 프랑스 지도층 인사들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큰 역풍을 맞고 있다.

책 출간 후 그렇지 않아도 낮은 올랑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곤두박질치면서 이제 사회당 내에서는 올랑드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1차 투표에서 패배는 물론 이후 치러질 국회 선거에서 사회당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시앙스포(파리 정치대학) 세비포프 조사에 따르면 책 출간 후 올랑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기록적인 4%로 추락했으며 캉타르 소프레스 조사에서는 그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1차 투표에서 10% 미만의 득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시앙스포의 브뤼노 코트레 교수는 이는 올랑드 대통령이 정치적 사망에 근접해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책이 출간되기 전인) 2주 전만 해도 그가 아직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지금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롱클 의원은 일간 르피가로에 "인간적, 정치적으로 올랑드가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면서 "1차 투표에서 탈락하는 것보다 그에게 더 나은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랑드 대통령이 책 속에서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던 사회당 소속 클로드 바르톨론 하원의장은 의원들에게 "대통령과 프랑스인들 간에 괴리가 있다"면서 "올랑드 대통령이 대통령의 힘을 구현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5공화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하지 않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나 올랑드 대통령의 경우 가능한 일이며 이미 당내에서 대체 후보 물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1차 투표를 통과할만한 대체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사회당의 고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올랑드 대통령의 친기업적 노선에 반대해온 아르노 몽트부르 전 경제장관과 마르틴 오브리 릴 시장, 그리고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 등이 출마를 준비 중에 있으나 올랑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대신 마뉘엘 발스 현 총리에게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의 측근인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 사회당 서기장도 올랑드 대통령보다 발스 총리의 대선 후보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정치분석가인 도미니크 모이지도 "포스트 올랑드 시대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사회당 지도자 2명의 책이 거의 동시에 출간됐다.

고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연인에게 보낸 서한집과 올랑드 대통령의 발언록이 그것이다.

미테랑 대통령의 서한집은 미테랑 대통령과 그가 이룬 사회당 집권 시대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나 올랑드 대통령의 책은 그 반대이다.

정치적 종말을 앞당기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yj378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