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 주에서 대통령 선거 조기투표 열기가 뜨겁게 불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텍사스 트리뷴, 폭스 뉴스 등에 따르면, 대선 조기투표 첫날인 전날 텍사스 주 인구 밀집 카운티(여러 시를 묶은 행정구역)에서 투표율 신기록이 작성됐다.

해리스 카운티에서 6만7천471명이 투표한 것을 필두로 댈러스 카운티(5만8천 명), 태런트 카운티(4만3천 명), 벡사 카운티(3만5천427명) 등 유권자가 많이 사는 카운티의 조기 투표율이 2012년을 훨씬 웃돌았다.

카운티마다 4천 명에서 최대 2만6천 명 이상 늘었다.

많은 유권자가 대선 당일 줄을 서지 않으려고 조기투표에 나선다.

그러나 조기투표에서도 줄을 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텍사스 지역 언론은 전했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조기투표에 나선 어맨다 스티븐스는 첫 투표소에서 2시간 30분을 기다리란 말을 듣고 두 번째 투표소로 갔다가 3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전갈에 첫날 투표를 포기했다.

그는 이렇게 조기투표 때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텍사스 주 엘패소에서 조기 투표한 선샤인 카스트로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투표소에 늘어선 줄을 보고 모두 놀랐다"면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폭스 뉴스는 텍사스 주의 조기투표 과열 양상이 여느 때보다 박빙인 대선 레이스와 연관 있다고 추정했다.

최근 이 지역 매체 5곳의 여론 조사를 취합한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평균 39.6%의 지지를 얻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44.2%)를 4.6%포인트 차로 추격하고 있다.

텍사스 주는 2008년 대선과 2012년 대선에서 각각 공화당 후보에게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11.8%포인트∼15.8%포인트나 많은 표를 몰아줬다.

텍사스 주에서 공화당 후보에게 승리한 마지막 민주당 대선 후보는 1976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다.

이처럼 텍사스 주는 공화당의 '텃밭'이지만, 클린턴이 5%포인트 안에서 트럼프와 치열한 싸움을 펼치자 유권자들이 조기투표 첫날부터 큰 관심을 나타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라이스대학의 정치학자인 마크 존스도 KERA 방송에서 "이번 대선은 치열하면서 극단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기에 투표 날까지 참을 수 없던 유권자들이 조기투표 첫날 몰려나온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조기투표 마지막 날인 11월 4일까지 이어져 높은 투표율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선거전문가들은 젊은층과 저소득층이 많이 참여하는 조기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본다.

주요 경합 주의 조기 투표율이 40%를 넘으면 클린턴에게 크게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엘패소 카운티 민주당 의장인 일리아나 올긴은 "텍사스는 이제 경합 주"라면서 "민주당의 반등을 위해 지난 수년간 많은 노력을 펼쳐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반해 엘패소 공화당원들은 여론 조사가 모든 유권자의 의견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많은 유권자가 정작 여론 조사 때 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