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인권 억압하면 테러 위험 더 커져"

지난해 중동 등지에서 유럽으로 대거 유입된 난민이 파리와 브뤼셀 등지의 테러를 일으킨 요인이라는 "직접적인 증거가 거의 없고" 오히려 이들 난민을 탄압하거나 인권을 유린하는 게 테러 위협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유엔 보고서가 지적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유엔 총회에 제출했다.

에머슨 특별보고관은 "늘어난 테러 활동이 이주민에 따른 것이라는 증거가 없는 만큼 이주민을 억압하거나 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정책이야말로 테러에 취약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러 우려를 근거로 한 과도한 이주민 규제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는 오히려 국가 안보에 위해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또 "불법 이주민을 범죄인으로 여기거나 장벽을 세우고, 추방 작전을 벌이는 것은 은밀한 활동을 유도하고, 밀입국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테러리스트를 도와주거나 테러 활동을 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머슨 특별보고관은 파리와 벨기에 테러범들이 이주민에 뒤섞여 유럽에 들어왔고, 위조 여권을 사용하는 등 이주민과 연루됐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테러리스트들이 난민유입을 조직적, 체계적으로 악용했다는 데에는 "거의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추가 테러 우려로 대테러 정책과 이주민 정책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분석적으로도, 통계적으로 근거가 없으며 그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에머슨 특별보고관은 "인권과 정의, 책임감 등을 높이고 그런 가치를 인정하는 민주적 정책이야말로 테러 방지의 효과를 높이는 핵심요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난민 보호를 규정한 국제난민법이 국가 안보에 장애가 된다는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난민을 보호하고, 그들이 더욱 나은 미래를 건설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것"이라고 역설했다.

에머슨 특별보고관은 "시리아 등지에서 피란 온 대다수 이주민은 잠재적인 테러 용의자가 아니라 테러의 피해자"라고 지적하며 이주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존중하도록 회원국들에 당부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난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다인 6천530만 명이며, 지난해 유럽에는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도착한 데 이어 올해는 32만 명이 들어와 난민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