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국장 인터뷰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SSRC)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은 22일 오후 종료된 북한-미국간 비공식 접촉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미국 참석자들을 대표해 이날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을 만나 "개인적 생각으로는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전에 미국과 평화 조약을 체결하기를 원한다는 것이 북한입장이며, 핵무기 중단이 우선이라는게 미국 측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접촉에 이어 북한과 미국 정부 간 대화가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가 정부 간 대화까지 가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내 느낌에는 그럴 방법이 있을 것 같지만 두고 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정부 소속이 아니므로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안보 우려를 무시한 채 미국의 입장만 강요하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마찬가지로 북한 핵·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우리의 납득할 만한 우려를 무시한 채 그들의 우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제재 일변도 정책만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걸 국장은 "북핵 문제는 질좋은 프랑스 와인과는 달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긴커녕 나빠지기만 한다"면서 "유일한 출구는 협상이고, 제재는 협상 없는 압박에 불과해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북한과 협상과 대화를 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누구도 협상이 잘 될 것이라고 보증할 수 없지만, 서로에 대한 비난은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북측 참석자들이 북미 평화협정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미국 측에 요구했다고도 전했다.

시걸 국장은 "지금부터 오바마 행정부 임기 종료까지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새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비공식적, 정부외 인사로서 새 행정부에 제안할 수 있을 (대북 정책) 관련 사항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토니 남궁 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한국학 연구소 부소장 등 미국내 대북 대화파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전날부터 북한 당국자들과 비공개 접촉을 진행했다.

북한측 참석자는 한성렬 부상과 장일훈 차석대사 등 5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날 저녁 비공개 접촉이 진행됐던 호텔에서 만찬을 함께한 뒤 23∼24일 중 귀국할 예정이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