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생떼 발언에…아버지 부시의 '품격있는 승복 편지' 재조명
“자네의 성공이 바로 미국의 성공이라네. 힘껏 응원하고 행운을 빌겠네.”

23년 전 미국 제41대 대통령 조지 H W 부시(사진)가 후임자 빌 클린턴에게 남긴 자필 편지 한 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20일(현지시간) “내가 이겨야만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며 사실상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부시 전 대통령은 연임에 실패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며 자신의 경제 실정을 매섭게 물고 늘어진 젊은 클린턴을 당해내지 못했다. 백악관을 떠나는 날 부시 전 대통령은 “친애하는 빌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책상 위에 올려뒀다.

그는 편지에서 “아주 힘든 시간이 있을 것이고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비판으로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조언하는 데 능숙하지 못하지만 비판자들 때문에 의기소침하거나 항로를 벗어나지 말라”고 적었다. 그는 “편지를 읽고 있을 때는 미국 대통령이 돼 있을 텐데 자네와 가족의 평안을 기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굿럭’으로 편지를 마무리지었다.

미국 언론은 패자의 품격을 지키면서 평화로운 정권 이양의 귀감으로 치켜세웠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부시 전 대통령의 편지가 정중함을 바라는 국민의 갈망에 불을 붙였다”고 평가했다.

박종서 기자/이상홍 인턴기자(UC버클리)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