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불복할 수 있음을 내비쳐 파란을 일으킨 상황에서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W 부시(92) 전 대통령의 편지 한 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시사주간지 타임은 부시 전 대통령이 퇴임 전 후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남긴 편지가 트위터 사용자들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전했다.

공화당 부시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민주당 클린턴 후보에게 패해 연임에 실패했다.

그는 1993년 1월 백악관을 떠나기 전 새 주인인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자필 편지를 남겼다.

이 사연은 현재 민주당의 대선 후보이자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지난 6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문을 올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미국 언론은 부시 전 대통령이 공손하고 따뜻한 말로 패자의 품격을 지키면서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을 지킨 덕분에 국민이 이 편지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평했다.

19일 대선 전 마지막 TV토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형편없는 여자"로 깎아내리고 나서 대선 결과 승복 여부를 "그때 가서 말하겠다"며 불복 가능성마저 내비친 트럼프를 국민이 곱게 보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는 20일 "자신이 이기면 대선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부시 전 대통령은 대선 운동 당시 사납게 싸웠지만,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다.

그는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당신은 우리의 대통령이 돼 있을 것"이라면서 "당신이 이곳에서 엄청난 행복을 느끼고, 당신의 가족들이 모두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또 "당신의 성공이 곧 우리나라의 성공이며 난 당신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편지 사진과 함께 "트럼프는 주목하라.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톰 애쉬브룩이라는 사용자는 "이 편지를 읽고 생각해보자. 아버지 부시에서 클린턴으로의 품위 있는 정권 이양. 아름답다"고 적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막말이 오가는 이번 대선에서 '아버지' 부시의 편지 한 장이 정중함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불을 붙였다고 기사 제목을 달았다.

이 신문은 아버지 부시의 아름다운 정권 이양과 달리 클린턴 전 대통령 참모진이 약 1만5천 달러 상당의 피해를 남기고 백악관을 떠난 사실을 꼬집은 트위터 사용자도 있다고 소개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