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에 '생전퇴위' 크게 보도된 것 보고 놀라고 슬펐다"
"키리노 前대통령의 일본인 전범석방 생각" 격전지 필리핀 방문 회고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부인인 미치코(美智子) 왕비는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퇴위 의사를 내비친 대국민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기 전에 두 아들과 상의했다고 밝혔다.

20일 만 82세 생일을 맞은 미치코 왕비는 궁내청 출입기자단의 질의에 서면 답변하며 "황태자(나루히토<德仁> 왕세자)나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차남 후미히토<文仁> 왕자)와 잘 상담하고서 이뤄진 이번 폐하(아키히토 일왕)의 (의견) 표명을 삼가 경청했다"며 일왕이 주변 인물에게 미리 의중을 밝혔다는 앞선 보도를 사실상 확인했다.

그간 일본 언론은 일왕이 생전퇴위 의향을 지녔으며 이런 뜻을 가까운 인물들에게 알렸다고 보도했다.

미치코 왕비는 "다만 신문 1면에서 '생전퇴위'라는 큰 활자를 봤을 때의 충격은 컸다.

그때까지 나는 역사 서적 속에서도 이런 표현을 접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한순간 놀라움과 더불어 슬픔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왕실의 중대 사안 결정과 관계있는 것은 왕위 계승을 기다리는 이들이며 그 배우자나 친족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아키히토 일왕이 일본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녹화한 영상은 올해 8월 8일 공개됐으며 이는 사실상 생전퇴위 의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치코 왕비는 최근 1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2차 대전 격전지였던 필리핀에 올해 1월 방문한 것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필리핀·일본 양국 전몰자를 위령할 수 있었던 것에 마음으로 감사드리고 있다"며 전후 "키리노 대통령(엘피디오 키리노 전 필리핀 대통령, 1948∼1953 재임)이 필설(筆舌)로 다하기 어려운 전쟁 중 자신의 경험에도 증오의 연쇄를 끊기 위해 당시 문틴루파에 수용돼 있던 일본인 전범 105명을 석방해 가족 곁으로 돌려보낸 행위를 다시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