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 백신 임상시험 예정…지카 감염 임신부 낙태 허용 문제로 논란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 피해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1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지난주 북동부 파라이바 주(州) 캄피나스 그란지 시에서 소두증 신생아 의심사례가 잇달아 보고됐다.

1명은 확진 판정을 받았고 3명은 의심사례로 분류됐다.

신생아 110여 명은 조사 중이다.

확진 판정을 내린 의사 아드리아나 멜루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 소두증 증세를 보이는 신생아가 다시 증가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다수의 보건 전문가들은 브라질에서 날씨가 더워지면서 올해 말에 지카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브라질뎅기바이러스학회의 아르투르 티메르만 회장은 "그동안 북동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10월께부터는 중서부와 남동부 지역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반구에 있는 브라질은 10∼11월부터 이듬해 2∼3월까지가 여름철이다.

이번 주 들어 낮 기온이 30℃를 넘는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16일부터 서머타임이 시작됐다.

브라질 보건부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보고된 소두증 신생아 확진 사례는 2천33건이고 3천55건은 조사 중이다.

당국은 11월부터 지카 바이러스 백신의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상파울루 시 인근 부탄탕(Butantan) 연구소는 그동안 브라질 정부와 미국·유럽 연구기관의 지원 아래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와 백신 개발 작업을 진행해 왔다.

부탄탕 연구소 측은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3년 안에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브라질에서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에게 낙태를 허용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호드리구 자노 검찰총장이 임신·출산과 관련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지키는 것은 여성의 권리라는 점을 들어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임신부에게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게 발단이 됐다.

상원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낙태를 허용하면 우생학적 주장에 길을 터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가톨릭 등 종교계와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NGO)들도 낙태에 반대하고 있다.

여론 역시 낙태 반대가 우세하다.

대법원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 임신부에게 낙태를 허용하는 문제에 관해 올해 안에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카르멘 루시아 대법원장은 "무뇌아(신경관 결손 태아)보다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라면서 낙태 허용 여부를 판결하기에 앞서 시민사회의 의견을 가능한 한 많이 청취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성폭행에 의한 원치 않는 임신이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때, 무뇌아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불법 낙태는 원칙적으로 형법에 따라 처벌된다.

무뇌아 낙태는 2012년 4월 대법원 판결로 허용됐다.

당시 대법원은 대법관 전체회의를 열어 찬성 8표, 반대 2표로 무뇌아 낙태는 범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