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BS '더 레이트 쇼'서 투표 독려…"노벨평화상 수상이유 몰라" 농담도

내년 1월 백악관을 떠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TV 프로그램 쇼에 나와 가상 구직 인터뷰를 하며 유머 감각을 뽐냈다.

17일(현지시간) 밤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가 진행하는 미 CBS의 '더 레이트 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출연한 방송분이 방영됐다.

방송에선 관리자 '랜디'로 분한 콜베어가 오바마 대통령의 가상 구직 인터뷰를 진행했다.

콜베어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력서를 보고선 "55세, 남자로서 (일을 구해) 다시 시작하긴 힘든 나이군"이라고 말했다.

콜베어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암시하며 "지난 8년간 승진한 적이 없는데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실 내 마지막 일자리에서 승진할 여지는 많지 않았다"며 "더 힘센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내 아내(미셸 오바마 여사)가 유일했다"고 응수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논란과 관련한 얘기도 오갔다.

"상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콜베어의 물음에 오바마 대통령은 "39개의 명예학위가 있고 노벨평화상도 받았다"고 답했다.

콜베어가 이어 수상 이유를 묻자 오바마 대통령은 "솔직히 말해 (그 이유를) 여전히 모르겠다"는 농담으로 받아 넘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인류 협력과 국제 외교 강화를 위해 크게 노력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수상을 두고 이후 논란이 일었다.

당시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마감 시한이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시점(2008년 2월 1일)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이 상을 받기에는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오바마는 가상 구직 인터뷰에 응했지만 퇴임 후 실제로 어떤 일을 할 지와 관련한 힌트는 주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만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일이 뭔지 아느냐"며 "지난 8년간 우리가 했던 일을 미래에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올해 11월 대선에서 미국 젊은이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AF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 현장을 서둘러 떠날 것 같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을 향한 오바마 대통령의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하는 시간도 있었다.

콜베어는 TV 쇼에 출연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는지 직접 물어볼 수는 없다며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는 의뭉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콜베어는 "100여 개 나라를 돌아다닌 '섬유질 강화 영양바'와 금발 머리를 두른 채 담즙(bile·증오라는 뜻도 있음)이 가득 찬 '쪼그라든 귤'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국무장관 시절 수많은 나라를 찾아 외교활동을 벌인 클린턴과 성추문으로 비난을 받는 금발의 트럼프 가운데 선택하라는 의미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섬유질 영양바가 좋겠다"며 클린턴 지지를 재차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