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군사훈련을 전면 중단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와 합동군사훈련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18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 앞서 홍콩 봉화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군사훈련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큰 규모는 아니지만 중국 무기를 구매할 의사도 있다면서, 필리핀군이 대테러 목적의 소형 공격정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미국인들에게는 필리핀 병사들과 놀 시간을 충분히 줬다"면서 미국과는 더는 합동군사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이달 초 필리핀 북서부에서 진행된 미·필리핀 연례 합동 상륙훈련(PHIBLEX)이 미국과의 마지막 합동훈련이라면서 "나는 우리 병사들이 굴욕을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신화통신과 가진 별도의 인터뷰에서는 "중국만이 우리를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의 마약소탕전을 비판해 온 미국과 달리 "중국은 단 한 번도 비판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를 조용히 도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필리핀에서는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현재까지 3천700명에 달하는 마약 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에 의해 살해됐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비판에 "내정간섭"이라고 맞서 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8∼21일로 예정된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 회담을 하고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이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 전문가인 주펑(朱鋒) 중국 난징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어디까지 가고자 하는지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중국 정부가 미군의 필리핀 팔라완 섬 공군기지 사용을 중단시키는 데 특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리핀은 미국과 2014년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체결하고 팔라완 섬의 안토니오 바티스타 공군기지 등 5개 군사기지를 미군에 제공하기로 했다.

팔라완 섬은 중국의 군사기지 3곳이 있는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와 16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달 초 EDCA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