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냉장고 냉매…선진국 2019년, 개도국 2024·2029년부터 단계적 감축

전 세계 약 200개 국가가 기후변화에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몬트리올 의정서 당사국 제28차 회의에 참가한 197개국 대표는 밤샘 협상 끝에 15일(현지시간) HFC의 단계적 감축 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에어컨과 냉장고 등의 냉매로 쓰이는 HFC는 이산화탄소보다도 높게는 1만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 물질로 여겨진다.

오존층 파괴물질인 프레온가스(CFC)의 대체물질로 1980년대 도입됐으나 중국, 인도 등 신흥국 경제 성장과 함께 에어컨과 냉장고 사용이 급격히 늘면서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커졌다.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새로 팔리는 에어컨은 7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과 유럽 대부분 국가를 포함한 선진국은 2019년부터 단계적인 HFC 사용 감축에 들어간다.

2019년에 2011∼2013년 사용량의 10%를 감축하는 것으로 시작해 2036년에는 85%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계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인 중국을 포함해 100개국이 넘는 개발도상국은 2024년에 HFC 감축을 시작한다.

2029년까지 2020∼2022년 수준보다 10%로 감축하고 나서 2045년까지 80%를 감축해야 한다.

인도, 파키스탄, 중동 일부 국가 등은 경제 발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2028년부터 HFC 사용을 줄이기 시작해 2032년까지 2024∼2026년 사용량에서 10%를 감축하고 2047년까지 85%를 줄인다.

미국 대표로 협상에 참석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합의를 "미래를 위한 기념비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협상 결과대로 HFC 사용을 감축하면 21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섭씨 0.5도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우드 젤케 지속가능개발연구소(IGSD) 소장은 이러한 관측을 내놓으며 "이번 합의로 목표의 90% 정도는 달성했다"며 "단일 합의가 이룬 역대 최대 규모의 (지구) 온도 저감"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환경단체 천연자원방어위원회(NRDC)의 데이비드 도니거 기후담당 국장은 이번 합의가 이행되면 "2년 이상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추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환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