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톤 공주 선호 세력도…군부·추밀원·美中 등 움직임에 주목

70년간 태국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서거하면서 왕위승계를 둘러싼 태국 정국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국왕 서거 당일인 13일 국영TV 채널을 통해 "정부는 왕위 승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국왕께서 지난 1972년 왕세자를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사실을 국가입법회의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푸미폰 국왕이 지난 1972년 후계자로 공식 지명한 와치랄롱꼰(64) 왕세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2007년 개정된 태국 헌법은 왕위 계승에 있어 왕실법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헌군주제가 도입되기 이전인 1924년에 제정된 태국의 왕실법에는 국왕만이 왕자 가운데서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1974년 개헌 당시 추가된 왕위 계승 관련 규정에는 공주도 국왕의 정치 자문단인 추밀원의 추천과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 왕위 승계자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왕세자 또는 명백한 후계자가 없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와치랄롱꼰 왕세자는 태국 왕실의 적통을 이어받는 차기 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생활 등 문제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왕세자보다는 푸미폰 국왕의 곁을 지키며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국민의 신임을 받아온 짜크리 시린톤(61) 공주를 선호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물론 시린톤 공주가 왕위를 물려받으려면 왕세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왕위 승계 규정을 뒤집을만한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국왕의 친위대'를 자처해온 군부, 왕실 및 보수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추밀원,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 등이 왕위승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와치랄롱꼰 왕세자와 시린톤 공주를 축으로 군부와 탁신 전 총리, 미국과 중국 등을 세대결 구도로 이분화하고 양측간에 치열한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은 시각도 있다.

이런 세대결이 현실화할 경우 태국 정국은 극심한 혼돈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으며, 내년 연말 총선을 통한 민정이양 일정도 늦춰질 수 있다.

한편, 지난 8월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을 성사시키면서 군부의 영향력을 키운 쁘라윳 총리는 최근 육군참모총장부터 일선 부대 지휘관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측근들을 배치했다.

쁘라윳 총리의 발탁으로 육군참모총장이 된 차름차이 시티삿(58) 대장은 취임 일성으로 "나의 임무는 또 다른 쿠데타를 막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국왕 유고' 정국에서 또 다른 쿠데타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또 다른 쿠데타를 원천 차단하려는 현 군부 핵심 지도층의 움직임은 향후 태국 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