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여건 접수되기도…종교·성적지향·장애 향한 소수자 차별

증오를 자극하는 캠페인으로 논란을 빚은 브렉시트 투표 후 영국에서 실제로 혐오범죄가 급증한 사실이 확인됐다.

13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 집계 결과 올해 7월 총 5천468건의 혐오범죄가 발생해 작년 같은 기간 3천886건보다 41% 증가했다.

2015∼16년 범죄 발생 증가율이 19%인데 비하면 혐오범죄가 훨씬 큰 폭으로 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7월 1일에는 하루 동안에만 200건이 넘는 혐오범죄가 경찰에 접수됐다.

내무부는 8월 들어 혐오범죄 발생 건수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6월 23일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전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내용을 보면 79%가 다른 인종에 대한 범죄로 가장 많았다.

동성애가 12%로 2위에 올랐고 종교(7%), 장애인(6%), 트랜스젠더(1%)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폴란드 출신의 영국 이민자는 BBC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이후 자신과 가족을 향한 인종 차별적 발언이 심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7월 누군가 고의로 불을 내 집 안 창고가 탔으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협박성 편지가 집에 도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LGBT)에 대한 혐오범죄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보다 비율은 낮지만 증가 폭은 더 두드러졌다.

지난 8일 영국 LGBT 지원 단체 갤럽(Glop)이 발표한 '2016 혐오범죄 보고서'를 보면 7~9월 갤럽이 지원한 혐오범죄 피해자는 187명으로 전년 동기 72명보다 147%나 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 증가는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브렉시트와 외국인, 성 소수자, 장애인 등을 상대로 한 혐오범죄 증가의 연결고리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분열을 조장한 브렉시트 캠페인, 브렉시트를 기점으로 한 분노 표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지난 8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영국 유력 정치인들이 브렉시트 지지 캠페인 과정에서 외국인 혐오, 소수인종 협박 범죄 등 분열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나이절 패라지 전 독립당 대표는 브렉시트 지지 캠페인의 하나로 난민이 줄을 선 사진에 '브레이킹 포인트(한계점)'라는 문구를 붙인 대형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나치가 만든 반유대인 포스터와 비슷하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아울러 BBC는 브렉시트 투표가 사람들에게 폴란드 이민자나 무슬림을 공격하고 모욕해도 된다는 면죄부라도 준 것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무언가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