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담 불감당…1976년 몬트리올 빚 갚는 데 무려 30년

이탈리아 로마가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전 참여를 공식 철회하면서 겉으로는 빛나는 듯한 올림픽 유치에 뒤따르는 그늘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때 각국 도시들이 화려한 영광을 누리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이제는 예산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도시들이 속출하면서 아무도 올림픽 유치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미국 매체 CNN머니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4 올림픽 유치전에 이제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3곳만 남았지만, 헝가리에서도 유치 추진 여부를 부다페스트 주민투표로 결정하려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로마에 앞서 독일 함부르크가 주민투표를 거쳐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철회했고,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도 스웨덴 스톡홀름, 폴란드 크라쿠프, 노르웨이 오슬로가 발을 빼면서 동계스포츠가 활발하다고 보기 어려운 중국 베이징이 유치했다.

도시들이 점점 올림픽 유치에 난색을 보이는 이유는 재정상 부담이다.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대규모 기반시설이 마련돼야 한다.

안보 비용만도 수십억 달러이고 선수들과 관계자들, 관광객이 묵을 숙소도 지어야 한다.

이 비용은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이를 기꺼이 부담할 만큼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적 혜택은 없다.

찬성파들은 입장권 판매 수입, 건설 일자리 창출, 관광 진흥이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주장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실제 이득을 그리 낙관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1976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캐나다 몬트리올이 올림픽 개최로 얼마나 오랫동안 비용 부담을 지게 되는지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몬트리올 시장은 "올림픽은 사람이 아기를 낳는 것만큼의 손실만 가져올 뿐"이라고 말했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몬트리올 시는 15억 달러(1조7천억원)의 빚을 졌고 2006년이 돼서야 이를 겨우 갚았다.

'빅 오'(Big O)로 불렸던 올림픽 경기장은 야구장으로 활용됐지만 결국 버려지는 바람에 '큰 빚'이라는 뜻으로 '빅 오'(Big Owe)라는 별칭을 얻었다.

몬트리올이 사례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였다.

옥스퍼드 사이드 경영대학원 연구팀은 2013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림픽은 100% 한결같이 예산을 초과한다.

다른 대형 프로젝트들은 가끔 예산에 맞추는 일이 일어나지만, 올림픽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몬트리올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1984년 올림픽을 개최한 LA는 민간 자금 조달을 대폭 늘리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고 기존 경기장들을 활용해 겨우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는 곧 공공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되돌아갔다고 CNN머니는 지적했다.

러시아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쓴 돈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500억 달러(56조2천억원)라는 뒷말이 나왔고 올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경기장들도 십분 활용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