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장·공화당의 사실상 지지철회에 폭풍트윗 "내 방식대로 할 것" '선전포고'
공화당내 트럼프 동조세력도 만만치않아…크리스티·크루즈·루비오 등 경선경쟁자 지지유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11일(현지시간) 자신을 버린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공화당 인사들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트윗을 쏟아냈다.

사실상의 '선전포고'여서 대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고 공화당은 가히 '내전'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트 럼프의 '폭풍 트윗'은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7일 트럼프의 2005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을 보도해 파문이 확산한 뒤 라이언 의장과 30여 명의 공화당 인사들이 사실상 지지를 철회하거나 후보사퇴를 압박하고, 경쟁자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의 지지율 격차가 두자릿 수로 벌어지자 나온 것이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아군을 향한 총질에 나섰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9시 16분부터 2시간 동안 4건의 트위터 글을 올렸다.

첫 트위터에서 그는 "2차 토론의 압도적 승리(모든 여론조사)에도, 폴 라이언과 다른 이들이 전혀 지지를 해주지 않아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라이언 의장을 도움을 호소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하지만 그는 이어 2번째 트윗에서 "우리의 매우 나약하고 무력한 지도자인 폴 라이언이 나쁜 전화회의를 했으며, 이 회의에서 공화당 인사들이 그의 배신에 펄쩍 뛰었다"며 라이언 의장을 비난했다.

라이언 의장이 전날 동료 하원의원들과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하고 남은 시간 하원 다수당을 지키는 데 매진할 것이며 '음담패설 녹음파일' 파문에 휩싸인 트럼프를 방어할 뜻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해 정면 반격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어 잇따라 올린 트윗에서 "족쇄가 풀렸다.

그리고 이제는 내 방식으로 미국을 위해 싸울 수 있다", "민주당은 버니 샌더스를 속여 평정을 잃게 한 것을 제외하고는(힐러리 지지를 의미), 늘 공화당보다 서로 더욱 의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배신의 공화당은 사기꾼 힐러리보다 훨씬 (선거에서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이기는 법을 모른다.

내가 가르쳐줄 것"이라는 글도 올렸다.

이에 라이언 하원의장 측은 "라이언 의장은 11월 8일 의회선거에서 민주당을 무찌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선거에 나선 모든 공화당
인사들도 아마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의 주장에 동조하는 흐름도 만만치 않다.

스티브 킹(아이오와) 하원의원은 CNN에서 "그의 좌절감을 이해한다"며 트럼프에 공감을 표했고, 네바다 주의 공화당 전국위원은 CNBC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 (의회선거) 후보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트리나 피어슨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트위터에 "트럼프에게만 투표하고 다른 공화당 의회선거 후보들에게는 투표하지 않겠다는 문자가 너무 많이 와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경선 당시 트럼프의 라이벌이었던 '3인방'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 입장을 유지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정권 인수위원장'을 맡은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 7일 워싱턴포스트(WP)가 '음담패설 녹음파일'을 터트린 이후 줄곧 침묵해오다가 이날에야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지지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전날 부통령 러닝메이트 티켓 반납 소문을 일축한 마이크 펜스에 이은 것이기도 하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날 오전 라디오 스포츠 토크쇼인 '부머 앤드 카튼'에 출연해 "비디오 자체를 보면 정말 명백하다.

전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나는 그것을 방어하지 않을 것이며 방어하지도 않았다.

그런 말은 개인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나는 그게 처음 공개됐을 때 도널드에게 깊이 뉘우치고 사과하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이것은 연루돼서도 안 되며 심지어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티는 "나는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그것을 들었을 때 정말 당혹스러웠지만 결국 이번 선거는 그것보다 더 큰 이슈"라며 트럼프를 돕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트럼프의 최대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도 한 매체에서 "클린턴이 절대 재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며 지지를 확인했다.

역시 경선 경쟁자였던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도 "힐러리 클린턴이 차기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내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며 트럼프 지지를 유지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가 클린턴을 공격하는 것과 같은 기세로 라이언과 공화당 수뇌부를 공격하겠다는 것을 시사했다"며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공화당을 내전의 분열로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가 라이언 의장 등 공화당 수뇌부를 향해 선전포고함에 따라 대선을 4주 앞두고 공화당 내 극심한 혼돈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