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의장 '트럼프 버리기' vs RNC 위원장 "트럼프 지지"

미국 대선일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공화당이 다시 적전분열 양상을 맞았다.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로선 '음담패설 녹음파일' 공개 이후 지지율 추락과 함께 당의 내분이란 악재를 만나 깊은 수렁에 빠져든 셈이다.

10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은 이날 14분간 이어진 위원회 구성원들과의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트럼프를 향한 변함없는 지지를 강조했다.

프리버스 위원장은 "우리 관계에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트럼프 캠프와 완전히 협력하고 있고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 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지지를 재확인한 프리버스 위원장의 발언은 공화당의 일인자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이 사실상 '트럼프 카드'를 버린다고 시사한 직후 나왔다.

라이언 의장은 동료 하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트럼프를 방어할 생각이 없다며 남은 기간 하원의 다수당을 지키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의 11년 전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폭로되자 2008년 공화당의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 등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지지를 철회했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의 후보 사퇴 촉구 행렬이 이어지면서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를 대선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프리버스 위원장은 이에 대선후보 교체 문제를 다루는 어떤 모임도 없었다며 트럼프의 승리를 위한 어떤 노력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많은 의원들도 만약 트럼프의 선거운동이 완전히 붕괴된다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라이언 의장의 발언에 당혹감을 표시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라이언 의장의 콘퍼런스콜에서는 라이언 의장이 너무 일찍 대선을 포기했다는 비판과 함께 동료 의원들에게 트럼프를 버리지 말라고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트럼프 지지 의원이 공화당 지도부를 "겁쟁이"라고 부르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이 같은 반발에 라이언 의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NYT는 전했다.

당의 내분이 심해지는 가운데 지역구의 선거캠프 대표가 트럼프를 옹호하며 시위를 벌인 후 해고되는 일까지 생겼다.

버지니아 주 캠프의 대표 코리 스튜어트는 트럼프의 대선후보 지명은 서민들의 뜻이라는 점을 라이언 의장과 당 지도부가 이해하지 못한다며 RNC 본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 직후 트럼프 캠프는 스튜어트를 해고했다.

트럼프를 놓고 공화당 내부가 분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막말과 기행으로 당 지도부와 불협화음을 내다 지난 8월 무슬림 비하 발언을 계기로 지도부와 크게 충돌했다.

이후 갈등을 대체로 잘 마무리하면서 민주당의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도 했지만 이번 분열로 트럼프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클린턴 캠프에는 적진의 갈등이 큰 호재다.

클린턴 캠프의 제니퍼 팔미에리 대변인은 "공화당에서 내전이 발발했다"며 "그(트럼프)가 대선주자로 지명되는데 도움을 준 공화당 지도부는 (분열과 관련해) 많은 것을 대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