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등 7개국 첫 추기경 배출…주시리아 교황청 대사·알바니아 평신부 등 눈길

현윤경 특파원·양태삼 김수진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9일(현지시간) 주시리아 교황청 대사, 알바니아 공산주의 치하에서 옥고를 치른 평신부 등을 새 추기경 서임 대상자로 깜짝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교황 선출 회의인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고 그 자신도 차기 교황이 될 수 있는 80세 미만 13명을 비롯한 추기경 서임 대상자 1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새 추기경 가운데 5명은 유럽 출신, 나머지 12명은 미주와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비유럽 출신이다.

이들은 '자비의 희년'이 끝나기 하루 전인 다음 달 19일 추기경 회의에서 공식 서임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언론은 교황이 이번에 임명한 추기경의 면면을 보면 교회가 단지 유럽 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보편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 교황의 평소 철학대로 지리적인 다양성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슬람교가 국교인 방글라데시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2개국을 비롯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모리셔스, 알바니아, 파푸아뉴기니,레소토 등 7개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추기경이 나왔다.

신임 추기경 가운데에서는 특히 주시리아 교황청 대사인 이탈리아의 마리오 체나리 대주교와 알바니아 공산 정권에서 핍박을 받은 87세의 평신부인 에르네스트 시모니 신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부터 주시리아 교황청 대사를 맡고 있는 체나리 대주교는 추기경으로 직위는 올라가지만, 주시리아 교황청 대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추기경이 교황청 대사직을 수행하는 것은 근세 들어 처음 있는 일로, 이는 "고통받는 시리아"를 위한 교회의 배려라고 교황청은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년 넘도록 내전 상태로 수많은 희생자와 난민이 나오고 있는 시리아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와 관심을 표명해 왔다.

교황이 이날 발표한 추기경 중 체나리 대주교를 맨 처음 언급한 것은 내전으로 포격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시리아인들 곁을 떠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한 것에 대한 평가가 내포돼 있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언론은 풀이했다.

알바니아의 시모니 신부는 주교, 대주교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알바니아 최초의 추기경 자리에 오른다.

시모니 신부는 1963년 알바니아 공산주의 독재정권 당시 가톨릭 신앙을 부정하는 것에 저항한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25년 징역형으로 감형된 후 투옥돼 18년간 강제노역을 치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 방문 당시 시모니 신부를 만나 이런 과거사를 들은 뒤 눈물을 흘리며 "오늘 나는 순교자를 만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블레이즈 큐피치 시카고 대주교와 조지프 토빈 인디애나폴리스 대주교 등 온건파로 분류되는 대주교 3명이 추기경이 됐다.

이 중에서 토빈 대주교는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이자 자신이 대주교로 있는 인디애나주의 주지사인 마이클 펜스가 시리아 난민 수용을 막으려는 태도를 보이자 이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온 인물이다.

교황청에 정통한 빌라노바 대학교의 마시모 파졸리 교수는 "토빈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에는 교황의 정치적 메시지가 들어있다"며 교황이 보수적인 미국 교회에서 보다 온건한 성직자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신임 추기경들을 보태더라도 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121명의 대다수는 여전히 유럽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새 추기경들이 공식 서임되면 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의 지역별 분포는 유럽 54명, 미주 34명(북미 17명·중미 4명·남미 13명), 아프리카 15명, 아시아 14명, 오세아니아 4명 등으로 재편된다.

이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후 직접 임명한 추기경은 전체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44명이다.

56명은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나머지 21명은 요한바오로 2세가 각각 임명했다.

교황 선출권이 없는 추기경 107명을 포함한 전체 추기경 수는 228명이다.

(로마·서울=연합뉴스) gogogo@yna.co.kr,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