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이달 방중에 맞춰 중국 정부가 필리핀산 과일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를 4년 만에 해제하기로 했다.

10일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오젠화(趙鑑華) 주필리핀 중국대사는 최근 필리핀 농림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필리핀 과일 수출업체 27개사에 대한 대중 수출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누엘 피뇰 필리핀 농림장관은 "중국은 필리핀 바나나 산업의 큰 시장"이라면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도서 영유권을 둘러싼 필리핀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12년 필리핀산 바나나와 파인애플, 파파야 등의 검역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사실상 통관을 거부했다.

세계 2위 바나나 수출국으로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었던 필리핀은 이로 인해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중국은 이후 필리핀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검역 기준을 다소 완화했지만, 필리핀 주요 과일 수출업체 5곳에 대한 대중 수출금지 조치는 그대로 유지하다가 올해 3월 대중 수출금지 조치 대상을 27곳으로 확대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농약 기준치 초과였지만, 전문가들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앞두고 중국이 필리핀을 압박하기 위해 경제제재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밝히며 미국과 거리를 둬 왔고, 이에 중국도 과일 수입제한 조치 해제와 경제협력 확대로 호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필리핀산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에 대한 수입제한을 해제하는 동시에 망고, 코코넛, 용과(龍果) 등 고부가 작물과 고급 해산물 등의 수입도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해법과 경제 협력 확대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