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상품' '갑질' 횡포 비판도…전문가 "거대사업자에겐 공공성 필요"

아마존 재팬이 8월에 시작한 전자책 무제한읽기 서비스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 대상에서 유력 출판사의 서적들을 잇달아 제외, 파문이 커지고 있다.

아마존 재팬은 유명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 서적 전체를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비롯, 서비스 개시 2개월만인 이달 3일 현재 쇼가쿠칸(小?館), 고분샤(光文社) 등 20여 개 출판사의 책 전부 또는 일부를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단샤는 이달 3일 아마존의 조치를 비난하면서 "당혹스럽다.

분노한다"는 항의 성명까지 발표했다.

고단샤는 아마존에 1천 개 이상의 작품을 제공해 왔는데 갑자기 무제한 읽기 대상에서 자사 서적이 전부 제외돼 "독자들의 이해를 구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킨들 언리미티드는 월 980엔(세금포함. 약 1만 원)의 이용료를 내면 일본 국내 수백 개 출판사가 발행한 소설과 비즈니스 서적, 잡지, 만화 등 약 12만 권을 무제한 읽을 수 있는 서비스로 아마존 재팬이 지난 8월 3일 시작했다.

그러나 서비스가 시작된 지 1주일 정도 지나면서 만화와 사진집 등 인기가 높은 서적들이 대상에서 제외되기 시작했다.

10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 서비스에 더 많은 출판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 출판사를 대상으로 올해에 한해 규정된 수수료 외에 웃돈을 얹어 주기로 하는 계약을 했다.

그런데 만화와 여성 탤런트의 사진집 등이 기대보다 높은 인기를 끌면서 수수료 부담이 예상을 초과하게 되자 출판사에 계약변경을 요구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계약변경에 응하지 않은 출판사 서적을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단샤 측은 "1년여에 걸쳐 작가 등을 설득해 작품을 제공해 왔는데 아마존 측이 무단으로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했다"면서 "일본에서 그런 자세로 사업할 생각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음악과 동영상 무제한 서비스에서 보듯 서비스 대상은 수시로 변한다"면서 계약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웃돈을 얹어 주기로 하는 계약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수수료 부담이 너무 커지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출판업계에서는 "미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만화나 잡지, 사진집이 인기인데 아마존이 일본 독서시장의 특성을 잘못 읽은 것 같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 문제에 밝은 후쿠이 겐사쿠 변호사는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 서적들이 인기작품을 중심으로 이뤄진 점을 들어 "인기작품을 도중에서 제외하는 것은 '미끼상품'으로 볼 수도 있어 부정경쟁방지법이나 경품표시법 등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은 그동안에도 출판업계와 마찰을 빚었었다.

2년 전에는 책 판매가격의 10%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서비스를 내놓아 이에 반발한 중소출판사 3곳이 아마존에 대한 납품을 중단한 적이 있다.

인터넷을 통한 통신판매에서도 올해 8월 아마존이 출판업자에게 부당한 계약을 요구한 혐의가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아마존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갑질'을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IT(정보기술) 저널리스트인 미야와키 무쓰미는 "이용자를 무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사태는 소비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당국이 당장 대처해야 할 행위"라고 주장했다.

후쿠이 변호사도 "아마존 같은 거대사업자에게는 공공성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