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등에서 행한 '고액 비공개 강연' 내용…선대본부장 이메일 해킹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고액 비공개 강연'에서 발언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들이 공개됐다.

주로 클린턴 측근들 사이에 오간 이메일들은 존 포데스타 클린턴 선거운동본부장의 이메일 계정 해킹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런 내용은 전날 오후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내놓은 2천60건의 이메일에 포함됐다.

이메일들과 위키리크스에서 제시한 '강연 요약본'에는 클린턴이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내용이나, 최근 선거유세 때 했던 것보다 자유무역 또는 금융업계에 대해 훨씬 더 친화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2014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헤지펀드 블랙록에서 공동 주최한 행사에서 클린턴이 했다고 기록된 내용에는 '지금 남편과 내가 누리고 있는 재산'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2013년 골드만삭스 주최 행사장에서 클린턴이 했다고 수록된 내용에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이 있다'는 부분이 있었다.

도이체방크에서 비용을 지불해 2014년 열린 한 행사에서는 클린턴이 '금융개혁은 업계 자체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었고, 브라질 은행업계에서 주최한 행사장에서는 클린턴이 '시장 접근이나 무역을 막는 장벽에 대항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내용들은 클린턴이 선거유세 과정에서 했던 말들과 맞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정 반대 의미를 가지며, 따라서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이 맞다면 클린턴이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는 불신 이미지는 훨씬 더 클린턴의 목을 조일 것이라고 정치 분석가들은 풀이했다.

또 클린턴 부부가 고액 유료 강연으로 부를 축적한 부분이 선거 국면에서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가들은 덧붙였다.

클린턴 선거운동본부나 포데스타는 이 이메일 내용에 대해 즉각 부인하지 않았다.

포데스타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어떤 문서가 진짜고 어떤 것이 가짜인지 가려낼 시간이 없다"며 "선거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쪽으로 몰고 가려는 러시아인들에 의해 해킹당하는 것은 기분나쁜 일"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의 이번 이메일 폭로는 녹음됐던 트럼프의 '음담패설'이 공개되고, 미국 국토안보부와 국가정보국에서 민주당전국위원회(DNC) 관계자들의 이메일 해킹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성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뒤에 나왔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