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토벌자에서 협상 주도자로 변한 정치 지도자
노벨위, 국민투표 부결됐지만 "50여년 내전 종식 위한 확고한 노력 인정"


올해 노벨평화상은 콜롬비아의 반세기 내전을 끝내는 평화협정을 이끈 후안 마누엘 산토스(65) 콜롬비아 대통령이 받게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산토스 대통령을 2016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산토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와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이로써 1964년 농민 반란으로 시작돼 52년간 콜롬비아에서 계속된 내전에 사실상 마침표가 찍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50년 이상 계속된 내전을 끝내려는 산토스 대통령의 확고한 노력을 인정해 평화상 수상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산토스 대통령은 한때 콜롬비아 정규군을 이끌고 반군 토벌에 앞장선 강경파에서 평화협정을 주도한 온건파로 변신해 내전을 해결한 정치 지도자다.

그는 2010년 평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 2012년 11월부터 자신의 정치생명을 평화협정 타결에 걸고 쿠바 아바나에서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노벨상 수상자 선정이 산토스 대통령뿐만 아니라 평화를 바라던 내전 당사자 모두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거대한 역경과 괴로움에도 평화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콜롬비아 국민, 평화를 위한 절차에 기여한 모든 당사자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밝혔다.

수많은 내전 희생자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번 노벨평화상의 헌사를 함께 전한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평화협상은 서명 뒤 이달 2일 국민투표에 부쳐졌으나 찬성 49.78%, 반대 50.21%로 부결됐다.

국민 다수가 찬성을 원하는 것으로 예상됐으나 투표율이 37%에 그쳤고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5만7천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때문에 노벨위원회가 콜롬비아 평화협정의 정신을 지켜 평화를 이어가라는 격려의 의미에서 산토스 대통령을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진영이 반대한 것은 평화를 위한 갈망이 아니라 세부적인 평화협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국민투표에서 타격을 받았으나 세계 최고의 영예를 받으면서 내전의 완전 종식, 평화 정착에 다시 기여할 동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역대 최다인 376명(개인 228명, 단체 148곳)이 후보로 추천받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시리아 내전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펼친 시리아 민방위대 하얀헬멧, 주요 6개국과 이란의 핵합의 주역,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이끈 공로자, 난민들을 보살핀 그리스 섬 주민 등이 유력 후보로 언론에 거론됐다.

노벨상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원)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이 상의 창설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올해 노벨상은 생리의학상(3일), 물리학상(4일), 화학상(5일)에 이어 이날 평화상 발표가 있었다.

경제학상, 문학상이 다음 주까지 차례로 발표된다.

노벨평화상은 스웨덴에서 선정하는 다른 노벨상과 달리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선정한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김남권 김아람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