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스포츠 회의' 개막…교황, 반기문에 "인류 대표해 심심한 사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조작과 부패, 상업적인 남용 등으로부터 스포츠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일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개막한 '신앙과 스포츠 회의'에서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면 스포츠 자체로나 인류에 있어서 슬픈 날이 될 것"이라며 공정한 스포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류에 봉사하는 스포츠'라는 제목 아래 신앙과 스포츠를 매개로 인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사상 처음 개최된 교황청의 이날 행사는 교황청 문화평의회가 주관하고, 유엔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협력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비롯해 이탈리아 축구 스타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등 유명 스포츠 선수 다수가 참석했다.

교황은 "스포츠에 있어서도 일상 생활에서처럼 결과를 위해 싸우는 게 중요하지만 정정당당히 경기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며 "이번 행사로 스포츠와 신앙이 우리 사회에 가져올 수 있는 더 바람직한 방향들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의 이런 발언은 국제축구연맹(FIFA)부터 IOC에 이르기까지 국제 스포츠 기구가 각종 추문과 부패에 휘말리고, 각종 종목에서 승부 조작과 도핑이 적발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또 "스포츠는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포함해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며 "특히 가난으로 인해 소외된 어린이들이 품위있는 환경에서 스포츠를 접할 수 있도록 스포츠 단체와 클럽, 교육자, 종교 기관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교황은 이날 개막식 직전에는 반기문 총장과 약 30분에 걸쳐 따로 만나 기후 변화와 난민 문제 등 국제사회의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이번 만남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4차례 반 총장과 만난 교황은 이 자리에서 "10년 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큰 공헌을 했다.

전 인류를 대표해 심심한 사의(謝意)를 표한다"는 말로 퇴임을 앞둔 반 총장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반 총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는 스포츠와 신앙은 사회 변화를 이끌고, 자비와 포용, 평화를 증진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며 "스포츠와 신앙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인류의 공동 목표를 이뤄나가자"고 말했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