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에는 자국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비판하는 미국에 대해 단교도 불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일 필리핀 온라인매체 래플러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밤 필리핀 마닐라의 한 유대교 회당을 방문, 최근 마약소탕전을 독일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비유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한 뒤 반미 감정을 쏟아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외교정책을 변경하고 있는데 결국 내 시절(임기)에 미국과 결별할지도 모른다" 며 "차라리 러시아와 중국으로 가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결별의 의미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자신이 최우선 정책으로 삼은 마약 전쟁에 대해 계속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단교 카드도 꺼낼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중국, 러시아와 이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은 국민을 존중한다"며 이들 국가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달 19일 중국에 이어 연내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로부터 무기 구매도 검토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 날 다른 행사에서는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동맹국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도와주는 대신 처음 비판한 곳은 미국 국무부였다" 며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은 지옥에나 가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앞에 무릎 꿇느니 브루나이와 태국왕 앞에서 꿇겠다"며 마약 용의자 초법적 처형을 중단하라는 미국에 다시 한 번 반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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