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칼럼니스트 "英, 브렉시트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년 3월 말 이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의 공식 개시를 위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은 경솔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기디언 래치먼의 칼럼을 통해 메이 총리가 경제적 득실을 감안하지 않은 정치적 동기에서 영국이 가진 최소한의 협상 수단을 포기한 채 조약 발동을 공언함으로써 사실상 브렉시트 덫에 걸려들었다고 비판했다.

칼럼은 메이 총리가 EU 측과 브렉시트 공식 협상을 개시하기 전 만약 2년이라는 정해진 기간 내에 탈퇴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보장조치를 얻어내야 했으나 이를 외면한 채 협상개시 일정을 선언함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영국을 아주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의 고위인사들은 조약에 명시된 2년이라는 기간 내에 탈퇴 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이에 대비해 EU 측으로부터 단일시장에 존속하기 위한 잠정협정 등의 최소한 보장을 얻어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메이 총리는 이러한 권고를 외면한 채 이른바 '하드(hard) 브렉시트'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만약 2년 이내에 탈퇴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영국은 아무런 대책 없이 EU 단일시장으로부터 밀려나게 돼 영국은 기업들의 불이익은 물론 재정적인 면에서도 세수 손실 등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칼럼은 영국 내 브렉시트의 동기는 이민 통제에 대한 법적 권리를 회복하는 정치적인 것이며 EU 역시 유럽통합의 유지라는 핵심적 정치적 동기를 갖고 있다면서 결국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과 EU 모두가 이에 따른 일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할 것이나 각자에 미치는 그 영향은 영국이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은 수출의 44%를 EU에 의존하고 있으나 EU의 영국에 대한 수출은 16%에 불과한 만큼 영국이 훨씬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또 영국은 브렉시트에 따른 최대 문제점인 불확실성을 가급적 조기에 해소하기위해 빠른 협상을 원할 것이나 EU는 27개 회원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등 내부 절차적 문제로 인해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영국은 상당 기간 법적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자국에 대한 장기투자 등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따라서 메이 총리는 2년 후 탈퇴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경우의 상황을 명확히 파악해, 새로운 협정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EU 단일시장 내에 잔류하기 위한 보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으나 이러한 사전 보장을 얻어내는 데 실패함으로써 탈퇴 협상이 시작하기도 전에 영국의 입장을 약화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메이 총리가 조약 발동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보수당 내 반발을 의식한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면서 보수당 의원들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로부터 후퇴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는 결국 조약 발동 선언으로 총리직을 연장할 수 있을지 모르나 브렉시트가 영국에 가져다줄 피해를 가중하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혹평했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yj378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