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분야 22명째 수상에 "좋은 업적 많아서" 평가
논문 수 감소…"선택과 집중·연구비 경쟁 부작용도"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71) 일본 도쿄공업대 영예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일본 언론은 자국 과학의 성취가 세계적인 수준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동시에 노벨상이 아닌 논문을 기준으로 볼 때 일본 과학계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오스미 영예교수까지 포함해 역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가 25명(미국 국적 취득자 2명 포함, 이하 동일), 과학 분야 수상자가 22명에 달한 것에 관해 "일본이 노벨상의 단골 팀이 됐다"고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이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주요 사례를 소개하고서 "수상이 늘어난 배경에는 연구자층이 두터워진 것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론물리학, 공학, 생물학 등 과학 연구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이 높은 수준의 인재를 끌어안는 '풀 세트형' 연구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 노벨상 행렬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노벨상 행렬이 메이지(明治) 시대부터 전후까지 일본이 오랜 기간 노력을 축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000년 이후 일본인 수상자가 17명째에 달하게 됐고 이로써 2001년 책정한 '제2기 과학기술 기본계획'에서 일본 정부가 내건 '앞으로 50년 이내에 노벨상 30명'이라는 목표를 웃도는 속도로 일본 학자가 상을 휩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스톡홀름의 정보수집력이 높아서 (노벨상) 추천(수)의 많고 적음은 관계가 없다.

일본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 2002년 수상) 씨의 수상이 그 증거다.

최근 수상이 늘어난 것은 뛰어난 업적이 많기 때문"이라는 오카모토 다쿠지(岡本拓司) 도쿄대 준교수(과학사)의 의견을 소개했다.

요미우리는 1970∼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무역 마찰이 심각하던 시기에는 미국이 일본에 '기초 연구 무임승차'를 비판했다며 "매우 양질의 기초 연구가 맥을 이어온 것이 최근 이어진 노벨상으로 뒷받침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은 하지만 논문으로 과학 연구의 성과를 살펴보면 우려스럽다는 인식도 함께 드러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주요국에서 발표되는 논문 가운데 일본 논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0∼2004년에는 약 9.9%였으나 10년 후인 2010∼2014년에는 6.3%로 3.6% 포인트나 낮아졌다며 영향력 약화를 지적했다.

특히 일본 논문의 피인용 수 세계 점유율이 같은 기간 9.1%에서 6.3%로 하락했지만, 중국 등 신흥국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며 장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국가별 논문 수 순위는 2000년대 초반에 일본이 미국에 이어 2위였으나 2011∼2013년 평균은 5위로 처졌다.

중국은 6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오스미 영예교수가 작년에 일본학술진흥회에 "대학이나 연구소의 경상적 활동 때문에 자금이 극단적으로 부족해져 버렸다"는 기고문을 쓴 것을 소개하며 연구자들이 모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름 아래 연구비 획득을 연구자가 경쟁하도록 하는 정책이 지나친 결과 일본의 논문이 질과 양 모두 한때의 빛을 잃고 있다"며 과학기술 정책이 실용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5년간 적용하는 제5기 과학기술 기본계획에서 국내 총생산의 약 1%인 26조 엔(약 280조5천894억원)을 연구 개발 예산으로 투자하고 젊은 연구자의 등용을 촉진하기로 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