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두고 마지막 제네바 방문…평화유지군 성범죄 재차 유감 표명
평화협정 결렬 위기 콜롬비아에 특사 파견

올해 말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일(현지시간) 임기 중 마지막으로 스위스 제네바 유엔 제네바사무국(UNOG)을 찾았다.

전날 제네바에 도착한 반 총장은 3일 오전 열린 유엔 고등판무관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축사했고 4일에는 베른으로 이동해 요한 슈나이더 암만 스위스 대통령과 만난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반 총장은 후임 유엔 사무총장의 자격을 꼽아달라는 첫 질문에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비전과 열정, 리더십이 중요하다"며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균형 감각 역시 필요한 자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티 콜레라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자신의 재임 기간에 가장 유감스러웠던 두 가지 사건이 아이티 콜레라와 유엔 평화유지군의 성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범죄에는 무관용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늘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평화유지군의 성범죄는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며 재차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알레포를 중심으로 교전이 점점 더 격렬해지는 시리아 사태와 결렬 위기에 놓인 콜롬비아 평화협정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반 총장은 "알레포 지역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학살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무고한 시민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을 겨냥한 고의적인 공격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전쟁 당사자들이 책임지고 사태를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2년 내전을 끝내려는 콜롬비아 평화회담이 결렬 위기에 놓인 것과 관련해 "어제 투표 결과를 알고 있다.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바랐지만 그렇게 되질 않았다.

협상을 돕기 위해 장 아르노 특사를 쿠바 아바나로 급히 보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정부와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은 2012년 11월부터 아바나에서 평화 협상을 이어왔고 반 총장은 올 3월 아르노를 콜롬비아 특사로 임명, 협상을 지원했다.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3년 9개월 협상 끝에 지난달 협정 서명식을 치르고 2일 국민투표에 협정안을 넘겼지만 이 안은 찬성 49.78%, 반대 50.21%로 부결됐다.

FARC의 정치 참여 허용, 전쟁 범죄를 자수한 FARC 조직원 사면 등 평화협정의 유화적인 조항이 걸림돌이 됐다.

반 총장은 "콜롬비아인들에게는 폭력을 끝내려는 근원적인 열망이 있다.

안정적이고 오래갈 평화를 달성할 때까지 그들이 단호하게 밀고 나갈 것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임 기간 이뤄낸 파리 기후변화 협정도 언급하면서 "175개국이 서명했는데 역사상 다자 협정에서 가장 많은 국가가 서명한 사례"라고 자평했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은 7일 발표하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라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