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굉장한 시간, 한경기 더"…트럼프, 빌 클린턴 성추문 공격준비 시사

미국 대선후보 간 첫 TV토론에서 승자와 패자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토론 후 나타낸 반응에서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클린턴이 "굉장한 시간"이었다며 승리를 만끽한 반면 트럼프는 진행자 등에 불만을 드러내며 다음 토론 때 더 강한 공격을 하겠다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클린턴은 전날 토론을 통해 정책과 대통령 기질에서 트럼프와의 중요한 차이를 부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분됐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와의 '맞짱 토론'을 끝내고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지로 떠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핵심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힘든 직업에 맞는 기질과 적합성, 자질이었는데 어젯밤 (토론을 본) 사람들이 둘 사이의 명백한 차이를 보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머릿속에 퍼뜩 떠오른 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인 어니 뱅크스의 말이었는데 그는 야구경기를 한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해 '한 경기(더블헤더) 더 하자'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토론이 "굉장한, 굉장한 시간"이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클린턴은 전용기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전 "마이크와 관련해 불평하는 어떤 사람은 좋은 밤을 보내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를 향해 '마지막 잽'을 날렸다.

트럼프가 토론에서 여러 차례 코를 훌쩍이는 듯한 모습을 보인 장면에 "불량 마이크 탓"이라고 해명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클린턴에게 '판정패'를 당한 트럼프는 마이크는 물론 토론 진행을 맡은 NBC 심야뉴스의 앵커 레스터 홀트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는 이날 아침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홀트가 이메일 사태나 리비아 벵가지 테러 등 클린턴의 약점과 관련해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았고 토론 후반부에 자신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고 힐난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해선 1996년 미스 유니버스 알리시아 마차도의 몸무게를 거론하면서 "최악의 미스 유니버스"라고 말했다.

전날 토론에서 '마차도를 돼지, 가정부로 불렀다'는 클린턴의 비판에 허를 찔린 트럼프가 하루 지나 마차도를 표적 삼아 반격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는 토론에서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거론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얘기도 했다.

그는 "빌 클린턴의 많은 불륜"을 끄집어내려고 했지만 클린턴의 딸 첼시가 청중석에 있어 참았다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너무 느슨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그녀(클린턴)를 더 세게 다룰 것"이라고 말해 빌 클린턴의 성추문을 2차 토론에서 공격 소재로 삼겠다는 점을 암시했다.

'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끈 1차 토론이 끝나고 두 후보는 유세 일정을 재개했다.

클린턴은 노스캐롤라이나의 롤리에서 가진 유세에서 트럼프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2008년 경제위기를 사업 기회로 삼아 반겼다며 "900만 가구가 집을 잃는 것을 응원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냐. 대통령이 돼서는 절대 안 될 사람, 이것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토론 1차전 패배에도 의기소침하지 않는다는 듯 트위터 유세를 이어갔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온라인 기부 등을 통해 하루 동안 1천300만 달러(약 142억6천만 원)를 모았다며 "우리는 여전히 나아간다.

미국에 감사를!"이라고 썼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