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안보문제에 독자적으로 대응해야" vs "나토 약화 안돼"
회원국 국방비 부담 가중·영국 반대로 현실화까진 '산 넘어 산'

유럽연합(EU)은 27일 EU 순회 의장국인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국방 장관회담을 열고 EU 내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이날 회담에서 '유럽 군(軍) 지휘부 설치' 등을 담은 EU의 새로운 국방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회원국들의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유럽군 창설로 나아가기 위한 프랑스와 독일의 이런 구상은 최근 20년 이래 EU의 가장 야심적인 국방 계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부 회원국들은 성사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EU 탈퇴를 결정했지만 아직 탈퇴협상을 시작하지 않아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영국은 이 같은 구상이 그동안 유럽 안보를 책임져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약화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EU의 핵심 국가인 프랑스와 독일이 제안한 EU의 새 국방 계획은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 나토를 주도해온 미국 없이 EU가 독자적으로 러시아의 위협이나 국경에서의 안보와 관련된 도전에 맞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각 회원국의 국방자산 공유, EU의 안보 관련 임무 수행 시 협력 강화, EU군 공동 지휘부 설치 등을 가장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우선 군사비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프랑스와 독일의 제안에 담긴 군사 분야에 대한 유럽의 지출 증대, 헬리콥터·드론과 같은 국방자산의 공동 개발, 해외 평화유지 활동 확대, 사이버 안보 강화 등을 위해선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지만, 현재 EU 국가들의 국방비는 미국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EU 회원국 중에서 탈퇴를 앞둔 영국을 제외하면 에스토니아, 그리스 정도가 그나마 국방비에 상당한 예산을 할애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의 독자 국방력 강화 구상에 대해 우려하면서 이를 저지해왔던 만큼 영국의 반대를 무마하는 것도 과제다.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군사력이 막강한 나라라는 점에서 EU를 탈퇴하더라도 EU는 영국과 군사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독일 국방 장관은 "이번 제안은 강한 유럽을 위해 고안된 것"이라면서
"유럽은 미래에 영국과 특히 국방분야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이번 회담에서 국방 분야 조사를 위한 'EU 공동 국방 채권'을 발행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영국은 이에 대해서도 나머지 27개 회원국이 나토로부터 자립하기 위한 재정적 자원을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며 EU 회원국으로 남아 있는 한 영국의 군사적 이익을 지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영국은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이 커지고 있는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프랑스와 독일이 아닌 자신들을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이번 회담에서는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