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칠고 공격적인 전형적인 모습 시도
힐러리, 농담 섞어가며 비껴가…되받아치기도


'세기의 대결'로 불린 26일(현지시간) 미국 대선후보 1차 TV토론의 최대 관심은 과연 어떤 버전의 트럼프가 나타날지였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거칠고 공격적인 원래의 모습을 드러낼지, 아니면 다소 정제된 최근의 모습을 보일지에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후 9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뉴욕 주 호프스트라 대학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토론의 막이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의 정체는 곧 드러났다.

특유의 쉰 목소리에 하이 톤으로 목청을 높이는 전형적인 '샤우팅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발언할 때마다 오른손을 폈다 오므리기를 반복하며 상하좌우로 흔들어댔다.

또 클린턴의 답변 시간에 끼어들었다가 진행자로부터 제지당하는가 하면,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을 늘어놓다가 재차 취지를 설명하는 진행자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전략가 출신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CNN방송 해설가는 "트럼프는 트럼프였다"고 말했다.

반면 클린턴은 마치 이런 트럼프를 예상했다는 듯 또박또박, 때로는 재치있는 말까지 섞어가며 트럼프의 창을 막아냈다.

트럼프의 맹수 본성은 그의 납세 내역 미공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나는 국세청 감사를 해마다 받는다"며 투명한 기업인이라고 강조하다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클린턴을 가리키며 이메일 스캔들로 화제를 돌렸다.

트럼프가 '정직하지 않은(crooked) 힐러리' 낙인을 찍으려 하자 클린턴은 예전과 달리 변명을 늘어놓지 않고 곧바로 "실수였다"고 받아넘겼다.

물론 트럼프가 "그것은 실수 이상"이라고 다시 문제로 삼자, 클린턴의 얼굴은 잔뜩 굳어졌다.

그러나 클린턴은 토론 주제인 세금 문제로 돌아가 중산층 붕괴는 "당신이 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이라며 탈세 의혹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며 균형을 맞췄다.

트럼프는 감기에 걸린 듯 발언 중간 여러 차례 콧물을 들이마셔 트위터에서 '거슬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향해 "말만 하지 행동은 안 하는 전형적인 정치인", "2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세상을 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거칠게 몰아세웠다.

그러나 클린턴은 "당신은 토론에서 나를 비판하기 위해 준비했나 보지만, 나는 대통령직을 준비했다"고 응수하며 맞불을 놓았다.

또 트럼프가 장광설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자 "오~ 오케이"라고 여유롭게 받아넘기는 등 '공부벌레'답게 잘 준비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트럼프는 클린턴의 대표적인 실언인 '트럼프 지지자의 절반은 개탄스럽다'는 발언조차 토론의 화두로 삼지 못하는 등 전체적으로 준비가 덜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창과 방패가 오히려 뒤바뀐 듯한 장면도 여럿 연출됐다.

토론 초반, 1천400만 달러를 아버지에게서 받아 사업을 시작한 트럼프가 "조금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비껴가자, 클린턴은 "1천400만 달러는 적은 돈이 아니다"고 들이받아 그의 표정을 굳게 만들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