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상대방 약점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결정적 한방'에 기대
이메일 스캔들-클린턴 재단-트럼프 세금-인종·종교차별 대격돌
'토론 달인' 힐러리 vs 'TV 달인' 트럼프…누가 웃을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미국 민주, 공화 양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26일(현지시간) 드디어 뉴욕 주(州)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학에서 1차 TV토론을 벌인다.

지난 7월 말 양당의 대선후보로 각각 선출된 이후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경합지를 돌며 밑바닥 표심잡기 경쟁을 벌여 온 두 후보가 이날 같은 무대에서 주요 현안과 쟁점, 공약, 미래 비전 등을 놓고 일대일 맞짱을 뜨며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다.

특히 총 3차례의 TV토론 가운데 약 1억 명의 시청자가 지켜볼 정도로 유권자들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이번 1차 TV토론의 결과에 따라 초박빙 구도의 현 대선 판세가 급격히 흔들릴 수도 있는 만큼 클린턴, 트럼프 두 후보 모두 이번 첫 대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 3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층은 TV토론을 지켜본 뒤 지지 후보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두 후보 모두 자신의 약점은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동시에 상대의 단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유권자들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어서 올해 대선 TV토론은 전례 없는 난타전과 네거티브전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극과 극' 공약의 대결장…전방위 난타전
클린턴과 트럼프는 역대로 전통적 대선 이슈인 외교·안보와 경제를 필두로 무역, 보건, 교육, 총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으며, TV토론에서 이들 사안 하나하나를 놓고 불꽃 튀는 공방을 벌인다.

먼저 외교·안보 분야에서 클린턴은 동맹과의 공조 강화를 바탕으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비롯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제한적 개입 기조를 밝히면서 트럼프의 신(新)고립주의와 동맹 홀대론을 신랄하게 비판할 태세인 반면, 트럼프는 국무장관 시절 클린턴의 외교정책 실패가 결국 지금의 중동 정세불안과 IS의 발호를 야기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동맹 관계 재설정 등을 역설할 방침이다.

두 후보는 또 최근 뉴욕, 뉴저지 주 폭발사건과 미네소타 주 흉기 난동사건을 계기로 급부상한 본토 내 테러 위협의 근본 원인과 해법을 놓고도 정면으로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중동 난민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오바마-클린턴 정부'의 안이한 안보관이 결국 테러 위협을 고조시킨 것이라는 점을, 클린턴은 모든 무슬림 입국 금지 등 트럼프의 '이슬람 적대시 발언'이 결과적으로 IS의 테러 조장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각각 강조하며 시청자들의 심판을 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 5차 핵실험 도발로 갑자기 대선 이슈로 급부상한 북한의 핵 위협을 놓고도 엇갈린 해법을 제시하며 충돌을 빚을 전망이다.

클린턴은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며 강경 기조를 고수하는 반면, 트럼프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북핵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경제와 통상 이슈 역시 양측이 크게 충돌하는 지점이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해 각각 '개선', '악화'라는 정반대의 진단을 내리고 있다.

트럼프는 빌 클린턴 정부와 현 오바마 정부, 그리고 클린턴의 실패한 무역정책 때문에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경제가 망가졌다고 주장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전면 재검토 공약을 세일즈할 것으로 보이며, 클린턴은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오바마 정부의 올바른 중산층 경제정책 덕분에 모든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고, 자신이 그것을 이어받아 경제를 살리겠다는 각오를 내비치며 시청자들의 표심을 자극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이민, 총기, 조세, 환경, 교육, 보건 등 다른 정책들을 놓고도 날선 공방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지대에 거대한 장벽을 쌓겠다는 트럼프와 이민자 포용정책을 펼치는 클린턴, 총기규제 강화를 역설하는 클린턴과 총기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트럼프,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클린턴과 기후변화 자체를 믿지 않는 트럼프를 놓고 시청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결정적 한 방을 날려라'…인신공격에 네거티브전 난무할 듯
공약 대결 이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클린턴, 트럼프 두 사람의 네거티브 대결이다.

두 후보는 이번 1차 TV토론에서 상대에게 결정적 한 방을 날려야 향후의 대선판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나친 공격이나 비하 발언은 자칫 역풍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의혹이 제기된 팩트를 중심으로 상대를 공격한다는 전략이다.

상원의원을 시작으로 두 번의 대통령 경선을 치르기까지 거의 40차례 토론 무대에 선 '토론의 달인' 클린턴과 TV 리얼리티쇼 등을 진행하며 무대를 압도하는 법을 터득한 'TV의 달인' 트럼프 중 누가 이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클린턴은 자신의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강조하는 동시에 트럼프의 '불같은' 성격과 더불어 히스패닉-무슬림 비하 등 각종 인종·종교·여성차별 발언, 탈루 의혹 등을 부각하면서 트럼프는 기질상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반면 트럼프는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기성 정치·경제 시스템의 원흉이며 그 중심에 클린턴이 있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클린턴의 부자-기득권-거짓말쟁이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는 구상이다.

주요 공략 포인트는 클린턴의 경우 트럼프의 각종 분열적 발언과 더불어 전후질서와 동맹체제를 뿌리째 흔드는 안보관, 납세자료 공개 거부로 의혹이 일고 있는 세금 문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트럼프 대학' 사기 의혹 사건, 카지노 파산 경력, 여성 성희롱 논란 등을 앞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 트럼프는 9·11테러 추모식장에서 심각한 어지럼증세를 보이면서 제기된 건강이상설, 국무장관 재직시절 개인 이메일로 기밀을 주고받은 '이메일 스캔들', '클린턴재단'의 외국인 기부금 부적절 수령 및 클린턴 국무부와의 유착 의혹,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 외교실패 사례인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 사건 등을 중점적으로 파헤친다는 각오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