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미국 연구팀, 슈퍼박테리아 감염 주민 10명 추적결과

항생제가 듣지 않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등의 '슈퍼박테리아'가 가축 식육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3일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 등에 따르면, 덴마크와 미국 공동 연구진은 덴마크에서 발견된 MRSA 중 한 종류의 오염원을 추적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이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SSI)에 보관된 MRSA 감염자 혈액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한 결과 농장에서 일하거나 방문한 적도 없고, 식용 가축과 접촉한 바도 전혀 없는 도시 주민 10명이 특정 MRSA종에 감염된 사실을 발견했다.

균체 유전자 검사 결과 10명에게서 나온 균은 모두 같은 종이어서, 오염원이 동일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런데 이 균종은 여태껏 덴마크에선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추적 결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다른 나라들에서는 발견되는 종류였다.

연구팀은 이들 나라에서 수입된 닭이나 칠면조 등 가금류 고기가 감염원일 것으로 결론 내렸다.

MRSA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에서도 발견된다.

가축 질병을 예방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항생제를 남용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MRSA 감염증이 나타나는 것은 의료용으로 처방되는 항생제 과다 사용뿐만 아니라 가축에 쌓인 항생제 성분도 식품을 통해 섭취함으로써 항생제 내성이 강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MRSA에 감염된 가축과 직접 접촉하는 일이 많은 농부나 수의사 등도 감염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었다.

돼지고기, 소고기, 유제품에서도 드물게 발견됐으나 이로 인한 인체 감염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가금류를 감염시킨 MRSA가 가축을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일반 식육 소비자들에게 식품의 형태를 통해서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MRSA는 국경이나 대륙을 넘어 확산될 수 있으므로 덴마크나 유럽연합(EU)에만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가 항생제 사용 줄이기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랭스 프라이스 교수는 "슈퍼박테리아가 실시간으로 바뀌고 진화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인간에게든 동물에게든 항생제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그동안 드물었던 감염 방식이 그만큼 더 흔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논문의 주 저자인 코펜하겐연구소의 로베르트 스코브 박사는 현재 각국이 식품유통과정에서 대장균(E.Coli), 살모넬라, 캄피로박터 등 여러 세균에 오염되는지를 감독하고 있으나 MRSA를 포함한 포도상구균은 제외돼 있다면서 위생감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임상감염질환'(CID) 온라인판에[http://cid.oxfordjournals.org/content/early/2016/09/01/cid.ciw532.abstract] 21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