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유엔총회 연설서 언급…'상습 유엔결의 위반자' 지목
"자격 발탁보다 유엔에 묶어둬야 제재·구속력 가능" 반론도

정부가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제5차 핵실험 등으로 폭주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이자 대북 압박의 하나로 풀이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진행한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하면서 안보리와 유엔 자체를 비웃고 있다고 지적한 뒤 "북한이 평화를 사랑하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최근 진행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거론한 데 이어 전 세계가 지켜보는 유엔총회 기조연설 계기에 공식적으로 국제사회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1991년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북한과 함께 유엔 회원국이 된지 25년 만에 북한의 회원국 자격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것이기도 하다.

윤 장관의 문제 제기는 북한의 최근 핵실험 등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대북 제재뿐만 아니라 유엔 회원국 자격 정지, 박탈 등 조치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주목된다.

유엔헌장 2장 5조는 '유엔 안보리가 부과한 예방·강제 조치를 위반할 경우 안보리의 권고에 따라 유엔총회가 회원국의 권한과 특권을 정지시킬 수 있다.

권한과 특권의 행사는 안보리에 의해 회복될 수 있다'고 자격 정지 문제를 명시하고 있다.

또 6조는 '헌장에 규정된 원칙을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의 권고에 따라 유엔총회가 제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유엔 회원 자격에 대한 문제 제기에 언급,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행태가 그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을 강도 높게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한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에 무게를 뒀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원장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다양한 수단의 하나로서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거론한 것"이라며 "북한이 앞으로 계속 유엔의 결의를 무시할 경우 유엔에서 축출할 수 있다는 어떤 환경 조성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을 유엔의 틀 안에 붙들어 둔 채 압박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전직 외교관은 "북한을 유엔 테두리 안에 잡아 두어야 안보리 제재도 그 효력이 있다"며 "예를 들어 북한 인권 관련 결의도 북한이 유엔 회원국으로 남아 있어야 북한에 대해 지킬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구속력이 생기고 한국으로서도 정당성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북한 정권의 붕괴에 따른 한반도 정세 급변을 우려하는 중국이 거부권을 가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정지하거나 빼앗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