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 수상자 발표…폴크스바겐이 화학상 수상

알프스에서 3일간 염소로 생활한 영국 연구자, 쥐의 성생활 탐구를 위해 쥐에 바지를 입힌 이집트 연구자, 죽은 파리를 수집해 책을 쓴 스웨덴 작가.

온갖 기상천외한 연구를 한 전 세계 괴짜들이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버드대 과학 유머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은 22일(현지시간) 저녁 하버드대에서 올해의 이그노벨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그노벨상은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말과 노벨이 합쳐진 말로, 1991년 처음 제정돼 올해로 26번째를 맞는 상이다.

노벨상을 풍자하면서 동시에 기발한 호기심과 집념으로 성과를 일군 전 세계 연구자들을 '기리는' 상답게 올해 수상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올해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은 팔다리에 가짜 염소다리를 장착하고 알프스 초원에서 3일간 염소로 생활한 영국인 토머스 트워이츠와 오소리, 수달, 사슴, 여우, 새로 살아본 찰스 포스터 옥스퍼드대 연구원이 공동 수상했다.

자신의 염소 체험을 책 '염소맨'으로 소개하기도 한 트워이츠는 이날도 염소다리를 달고 기어 나와 상을 받았다.

지난 2007년 세상을 뜬 이집트 카이로대 교수인 아흐메드 샤피크는 쥐에 바지를 입혀 서로 다른 섬유가 쥐의 성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 연구로 이그노벨 생식상 부분에서 사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샤피크는 폴리에스터나 폴리에스터 합성 섬유로 된 바지를 입은 쥐들이 상대적으로 성 활동이 위축됐다고 밝히며, 이를 사람에게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학상은 스웨덴 작가 프레드리크 쇼베르그에게 돌아갔다.

그는 "죽은 파리와 아직 죽지 않은 파리를 수집하는 즐거움"에 대한 무려 3권짜리 자전적 책을 써 스웨덴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쇼베르그는 AP통신에 이번 이그노벨상 수상이 자신의 작가생활의 '정점'이라고 표현하며 "15년간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쓰다가 뭐가 됐든 사람들이 잘 아는 것에 대해 쓰는 게 좋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안드레아스 슈프렝어 등 독일 뤼베크대 연구팀은 왼팔이 가려울 때 거울을 보고 오른팔을 긁으면 가려움증이 해소된다는 연구로 의학상을 수상했다.

얼핏 믿기 힘들고 쓸데도 없어 보이는 연구 결과지만, 가려워도 긁을 수 없는 피부병이 있을 때 거울을 보고 반대쪽을 긁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슈프렝어는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지극히 풍자적인 수상자도 있다.

지난해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물의를 빚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은 올해 화학상을 받았다.

수상 이유는 "자동차 테스트를 할 때 더 적은 배출가스가 나오게 함으로써 과도한 자동차 배출가스 문제를 '자동적이고 전기기계적으로' 해결한" 공로다.

폴크스바겐은 시상식장엔 물론 나타나지 않았다.

'노벨상 강국'인 일본은 올해 수상 명단에도 빠지지 않았다.

히가시야마 아츠키와 아다치 고헤이는 허리를 굽혀 다리 사이로 무언가를 보면 제대로 볼 때와 다르게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로 '인식'(perception) 부문에서 수상했다.

부문별 수상자들에는 10조 달러의 상금이 수여됐다.

단, 단위는 미국 달러가 아니고, 지금은 폐기돼 말 그대로 휴짓조각이 된 짐바브웨 달러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