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학술회의서 전문가들 지적…"韓, 美中이견 조율해야"
'제재일변 한계' 지적도…"先핵고도화방지 後핵폐기 검토 필요"

북핵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제로섬 게임'(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 만큼 한국은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을 양립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급변하는 동아시아 질서와 한반도'를 주제로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 국제학술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과 함께, 두 강대국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며 북핵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는 창의적 외교를 한국 정부에 주문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주최측이 미리 배포한 토론 자료에서 "북한 문제는 미중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라고 규정한 뒤 "남중국해 대립과 달리 북핵문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고 밝혔다.

란코프 교수는 "미중 양측은 북핵개발을 막고, 동아시아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때문에 미중 양국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한반도에서 협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한반도의 통일과 안정을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굳건히 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증진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일견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협력 증진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로 보이지만, 한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가치는 기본적으로 굳건한 한미동맹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적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에 미국과의 군사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약화시킬 이유가 전혀 없다"며 "특히 핵개발 등으로 한반도 현상변경을 꾀하는 북한의 도전이 계속되는 한 더더욱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북핵문제는 미중 간 '신형 대국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시금석"이라며 "한국 입장에서는 북핵문제의 해결이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 구축에 관건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강조해서 미중간 이견을 조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한미중 3국이 모두 비핵화에 동의하고 있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한국은 대북제재의 목표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을 좁히고 더 나아가 한미중 3국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주도적인 노력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북 압박 일변도에서 벗어나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현 제재국면을 넘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중국도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에 동조하면서 소위 '평화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미-한중관계의 조화로운 발전이 목표인 우리 정부의 관점에서 중국이 북한과 협력해서 평화공세를 전개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외교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국가전략적인 차원에서 평화체제를 북한의 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논리로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한미가 '선(先) 핵폐기론'에서 '선 핵능력 고도화방지 후 폐기'로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북핵 능력은 더욱 고도화할 것"이라며 "북핵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의 요구사항인 평화협정문제와 외부세계의 우려 사항인 비핵화를 동시행동 원칙으로 교환하는 북핵해법으로 다시 돌아가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