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 내 테러위협 고조에 상대방 '간접책임론' 제기하며 장외설전
26일 첫 TV토론 격론 예고…공화 인사들 시리아 난민수용정책 성토

미국 뉴욕, 뉴저지 주(州) 폭발사건과 미네소타 주 흉기 난동사건을 계기로 본토 내 테러 위협이 고조되면서 안보 이슈가 미 대선정국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민주, 공화 양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는 테러를 강력히 규탄함과 동시에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면서도 해법을 놓고는 첨예한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두 후보가 19일(현지시간) 상대방 간접책임론까지 제기하며 서로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서 남은 대선 기간 내내 테러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 중에서는 트럼프의 공격 수위가 훨씬 강했다.

트럼프는 언론 인터뷰, 유세 발언, 성명, 트위터 등을 통해 클린턴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먼저 클린턴은 이날 뉴욕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그동안 쏟아낸 많은 발언이 테러리스트, 특히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단순히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나 테러리스트에 대한 전쟁이 아니라 이슬람 전체에 대한 전쟁으로 보이게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더 많은 전사가 종교갈등에 투신하게 만드는 모집창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트럼프가 결과적으로 테러리스트들의 테러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이다.

트럼프는 현재 모든 무슬림입국 금지,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 난민수용 반대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클린턴은 이어 "내가 그동안 종교 전체를 공격하거나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대로 그들의 입지만 강화해주는 행동을 하지 말고 나쁜 녀석들(테러리스트)만 추적해 제거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해 온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면서 "지금 온라인 공간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테러리스트 모집에 활용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클린턴은 과거 공화당 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마이클 헤이든의 트럼프 비판 발언 등을 소개하면서 "트럼프의 언행이 적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반면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의 '폭스와 친구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뭔가 일어날 것이다.

아마도 이 나라 전역에서 더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이런 것은 모두 우리가 약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너무도 나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시리아 난민수용 정책을 겨냥, "우리는 수천, 수만 명이 이 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나라를 파괴하도록, 또 덜 안전한 곳으로 만들도록 내버려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이 입국을 허용한 사람(시리아 포함 중동 난민)들의 숫자를 더욱 늘리기를 원한다"면서 "무수한 사람이 이 나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그들(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도자들은 단순히 나약한 게 아니라 멍청하다"고 일갈했다.

트럼프는 오후 플로리다 주 포트 마이어스 유세에서는 클린턴의 '트럼프 지지자 절반 개탄스러운 집단' 발언을 거론하며 "클린턴이 많은 경찰과 군인을 포함해 나를 지지하는 애국 시민들을 개탄스러운 집단이라고 비판했는데 그녀가 과연 급진 이슬람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느냐"고 반격했다.

그는 아울러 트위터에서 "우리가 입국을 승인한 누군가가 미국과 미국 국민을 파괴하길 원하는 테러리스트로 판명 난 것이다.

그가 어떻게 이민시스템을 통과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으며, 또 별도 성명에서는 "클린턴은 오늘 국무장관 시절 드러낸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관심을 돌리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마다치 않고 말하고, 누구든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며 현 정부의 이민시스템과 클린턴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이어갔다.

미 수사당국이 뉴욕, 뉴저지, 미네소타 주 사건을 모두 테러 행위로 간주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클린턴과 트럼프는 오는 26일 뉴욕 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학에서 열리는 첫 TV토론에서부터 테러와 국가안보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테러 위협을 이유로 중동 난민수용 정책 폐기를 일제히 압박했다.

크루즈 의원은 성명에서 "미 의회가 (테러)훈련을 위해 외국을 여행했던 미국인들의 귀국을 막고, 또 중동지역 내 테러의 온상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