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실시간 재난 방송…대형 재해마다 상황별 대응 방안 보완

일본 공영방송 NHK는 20일 오전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태풍 특보 체제로 전환했다.

이날 새벽 일본 남부 가고시마(鹿兒島)현 오스미(大隅)반도에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16호 태풍 말라스카가 상륙하면서 산사태나 강물 범람 등 피해가 우려된 데 따른 것이다.

NHK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특보 체제를 유지했다.

중간 국내외 뉴스를 짧게 전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드라마나 오락 프로는 물론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전파를 타지 못했다.

NHK의 이런 재해방송은 지진이나 풍수해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중심 역할을 하는 내각부는 대형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기존 재해대책 매뉴얼에서 미흡한 점을 보완해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와 기관·단체, 국민이 기준으로 삼는 재해대책 매뉴얼은 내각부가 2년 전에 마련한 '대규모 지진 방재·감경대책 대강(大綱)'이다.

수도권 바로 아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진을 포함해 그동안 6차례 마련한 지진대책을 집대성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대응은 경북 경주 지역에서 최근 몇 차례 규모 4~5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대응을 주도해야 할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한동안 먹통이 되거나 정부의 긴급재난 문자메시지가 뒤늦게 보내지는 등의 문제로 비판을 받는 것과 대비된다.

일본의 방재 대강은 크게 6개 부분으로 이뤄졌다.

사전 방재, 재해 발생시 효과적 재해응급대책, 재해지 내외의 혼란 방지, 다양한 지역적 과제 대응, 2차재해·복합재해 대응, 본격 복구 등이다.

사전 방재는 말 그대로 지진 등의 재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건축물 내진화, 방파제 정비 등 쓰나미(지진해일) 대책, 화재 대책, 토사붕괴 대책, 유사시 전기·가스·수도 등 라이프라인 확보 대책, 자원봉사자들과의 연대 방법 등이 포함됐다.

일본은 6천40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1995년 1월 규모 7.3의 고베(神戶) 대지진 이후 '건축물의 내진 개수 촉진법'을 만들어 건축물의 소유자와 관리자에게 내진 대책 확보를 의무화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지진 피해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규모 6가량의 지진에는 인명과 재산피해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 만큼 방재 수준을 끌어올렸다.

실제 지난 4월 중순 규모 6.5와 규모 7.3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사망자(2차 사망자 포함)가 56명에 불과했다.

일본 내각부는 강진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강진이 발생할 경우 기상청의 슈퍼컴퓨터가 수초 내에 상황을 분석해 국가재난방송사인 NHK로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NHK는 이를 우선 자막으로 알리고, 긴급 대피 등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속보 체제로 전환한다.

동시에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가 중심이 돼 해당 지자체와 긴밀하게 연계해 대응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재해가 발생하면 곧바로 현장을 찾는 등 위기 대응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내각부 매뉴얼은 재해발생시 대응할 항목을 18개로 분류했다.

현지 대책본부 구축, 원자력 사업소에 대한 대응, 구조·구급 대책, 의료대책, 소화활동, 긴급수송을 위한 교통확보, 음료수 등 생필품 조달, 이재민 대응, 방역대책, 사망자 대책, 사회질서 확보 등의 항목에 걸쳐 구체적인 절차 등이 담겼다.

물론 일본 정부가 이런 대책을 마련하기까지는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의 대응이다.

사상 유례없는 재앙 앞에 일본 정부는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전국 각지에서 구호물품이 쇄도했지만, 일본 정부는 한동안 피해 현장까지 이를 수송할 마땅한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는 등 무기력했다.

이는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졌고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누르고 정권을 잡았던 민주당은 동일본대지진 다음 해 선거에서 참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구마모토 강진 당시 아베 총리가 주일미군 수송기 오스프리까지 동원하며 구호물품을 지진 피해 지역에 수송한 것은 동일본대지진 당시의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