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중국 민간 철강기업의 순이익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철강산업 본산지인 허베이성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이 지역 민간 철강업체 순이익은 171억위안(약 2조87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3% 증가했다고 신화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가장 많은 순익을 올린 더룽강철은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313% 늘었다. 조사대상 민간 철강기업 78개 가운데 이 기간 흑자를 낸 곳은 63개로, 작년 같은 기간(50개)보다 26% 증가했다. 주요 철강업체가 밀집해 있는 허베이지역의 연간 철강 생산량은 1억8800만t으로 미국과 일본의 전체 철강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 같은 실적 호조는 올 들어 열연강판을 비롯한 주요 철강제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덕분이다. 윤상익 포스코 중국법인 베이징 영업팀장은 “연초 중국 정부의 철강 감산계획 발표 이후 가격 상승을 예상한 수요업체가 사재기에 나서면서 철강제품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민간 철강기업의 실적 호전으로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철강산업 구조조정 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중국 정부는 올초 2020년까지 철강업체의 생산능력을 1억~1억5000만t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7월까지 생산량은 연간 목표 대비 47% 줄어드는 데 그쳤다. 장민더 헝타이선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철강업체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생산량 감축을 얼마나 강도 높게 추진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