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5주년 추모식 주간에 미국 뉴욕 맨해튼 번화가에서 폭발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관계당국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17일 오후 8시30분께(현지시간) 맨해튼 남서부 첼시지역 도로변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 최소 29명이 다쳤다. 위독한 부상자는 없다.

사건 현장은 거주시설은 물론 식당과 상점, 지하철역 등이 밀집해 있다. 인근 식당에서 일하던 마르셀로 베구 씨(58)는 “평생 들어본 적이 없을 만큼 큰 소리가 났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아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루크 매코넬 씨는 “뇌진탕을 일으킬 정도의 파장이 온몸을 덮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력했다”고 증언했다.

수시간 뒤에는 폭발 현장에서 네 블록 떨어진 27번 도로에서 전선과 휴대폰이 연결된 압력솥이 발견됐다. 미국에서는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못이 담긴 압력솥 폭탄 두 개가 터져 2명이 숨지고 260여명이 다쳤다. 압력솥 폭탄은 극단주의 테러리스트가 특별한 기술 없이 저가로 제조할 수 있어 미국 안보당국이 각별하게 경계하는 물품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테러의 정의는 다를 수 있지만 이번 폭발 사건은 명백한 테러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제 테러 단체, 다시 말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와 관련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네소타주 세인트클라우드의 한 쇼핑몰에서는 괴한의 흉기 공격으로 8명이 다쳤다. 현장에서 사살된 용의자는 이슬람교의 유일신인 알라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IS는 용의자가 자신들의 추종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하루 전 뉴저지주 오션카운티에서는 자선 마라톤 행사장 부근에서 ‘파이프 폭탄’이 터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파이프 폭탄도 테러범들이 흔히 쓰는 무기 중 하나여서 수사당국이 사건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