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제조기업인 도요타자동차가 파격적인 근무제를 끊임없이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 사무·기술직을 대상으로 한 재택근무제를 시작한 데 이어 주·야간 근무 교대 없이 밤에만 일하는 ‘야간 전담 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여성과 고령인력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장 3개월간 야간 전담 근무

이번엔 야간전담제…일본 도요타, 또 '파격 실험'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일본 내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최장 3개월 이내에서 야간 전담 근무제를 시행한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공장 근무를 오전 6시20분부터 오후 3시5분까지 하는 주간근무와 오후 3시55분부터 밤 12시40분까지 일하는 야간근무 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보통 1주일마다 주간과 야간 근무가 바뀐다. 다만 육아 등으로 야근하기 어려운 직원을 배려해 2013년 9월 주간 전담 근무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야간 전담 근무제는 약 5만명의 생산직 근로자 가운데 일정 조건을 충족한 직원 중 희망자에게만 적용한다. 근로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야근 전담 기간은 최장 3개월 이내로 하고, 전담 야근자에게는 시간외 수당을 별도로 지급한다. 회사 측은 노동조합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으며 일부 공장에 시험 도입한 뒤 문제점을 보완해 조만간 세부 근로조건도 결정할 방침이다.

도요타가 야간 전담 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주간 전담제 시행 이후 근로자가 주간 전담 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주간과 야간작업이 가능한 근로자 간 균형이 깨지면 공장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야근 희망자만 추가로 모아 운영하기로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도요타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낮에만 일하는 주간 전담 근무제 도입도 여성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주간 전담 근무는 취학 전 자녀가 있지만 돌볼 가족이 없으면 신청할 수 있다. 남녀에 상관없이 자녀가 취학할 때까지 주간에만 근무할 수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사무·기술직 대상 재택근무도 남성의 육아와 여성의 직장생활을 지원하는 의미가 있다. 도요타 본사 전체 직원 7만2000명 중 인사·경리·영업·개발 등에 종사하는 2만5000명이 대상이다. 주중 하루 출근해 2시간만 사무실에서 일하면 나머지 시간은 집이나 외부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재택근무 도입 초기에는 육아 중인 직원으로 한정했지만 지금은 육아 여부에 관계없이 신청 가능하다.

도요타는 내년 1월부터 난임여성을 위해 난임 치료 휴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연간 5일까지 치료를 위해 휴가를 쓸 수 있다. 이 밖에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고령층 숙련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정년퇴직 후에도 65세까지 현역 시절과 같은 수준의 대우를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도 ‘1억 총활약 사회(20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는 사회)’ 실현을 목표로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한 정책 지원에 적극 나섰다. 기업의 재택근무 확산 등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유도하고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육원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