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힐러리 건강-히스패닉 표심-러스트벨트 여론-북핵 위협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트럼프의 인종·종교 차별 등도 변수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을 뽑는 역사적인 선거가 19일(현지시간)로 꼭 50일 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남은 대선판을 흔들 주요 변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현재 승패에 영향을 미칠 만한 핵심 변수로는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3차례 TV토론,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이상설을 계기로 새롭게 부각된 건강 이슈,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되는 히스패닉과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표심 등이 우선 거론된다.

여기에다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 의혹, 트럼프의 인종·종교차별 논란, 북한의 최근 5차 핵실험 도발로 새롭게 부상한 안보 이슈 등도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안 하나하나의 폭발력이 워낙 커 누가 관련 메시지를 잘 관리하고 실수를 덜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차례 TV토론이 향배 가른다
TV토론 일정을 보면 1차는 오는 26일 뉴욕(州)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학, 2차는 10월 9일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 3차는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네바다대학에서 각각 열린다.

이 3차례 TV토론은 클린턴과 트럼프 두 후보가 주요 쟁점과 공약, 미래 비전 등을 놓고 직접 맞짱을 뜨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자리다.

실제 자유당의 게리 존슨,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는 지지율 15% 미달로 26일 뉴욕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학에서 열리는 1차 TV토론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고, 이후의 2, 3차 TV토론 역시 존슨, 스타인 후보 참여 없이 클린턴과 트럼프 두 후보가 치열한 진검승부를 겨루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로 TV토론의 승자가 이후의 선거판을 유리하게 끌고 갔다는 점에서 이번 1차 토론 역시 본선의 향배를 좌우할 1차 분수령으로 불린다.

두 후보가 1차 토론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6월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지지율 1∼2%에 불과했던 트럼프는 공화당 TV토론에서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어법으로 기라성같은 주자들을 하나둘씩 제압하면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트럼프는 본선 토론에서도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 의혹, 건강 문제, 이슬람국가(IS) 발호를 비롯한 중동정책 실패 논란 등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이며, 클린턴은 이에 맞서 트럼프의 인종·종교·여성차별 등 각종 분열적 언행, 트럼프대학 사기 논란, 카지노 파산 경력, 불투명한 세금 의혹 등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힐러리 건강이상설 속 건강 이슈 중대 변수로
대선후보의 건강 문제는 별 이슈가 되지 않았으나 올해 68세인 클린턴이 지난 11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9·11 테러' 15주기 추모행사 참석 도중 갑자기 어지럼증세로 휘청거린 뒤 자리를 급하게 뜨면서 건강이상설이 급속히 퍼졌다.

클린턴 주치의인 리자 발댁이 이후 캠프 성명을 통해 "클린턴이 폐렴에 걸렸다"고 밝혔으나, 클린턴이 2012년 국무장관 시절 뇌진탕을 겪은 전력이 있어 혹시 다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클린턴은 1998년과 2009년에 다리에서 혈전이 발견돼 치료를 받은 데 이어 2012년에는 두개골에서 혈전이 발견됐다.

2012년 당시에는 장염에 따른 탈수로 졸도했다가 뇌진탕에 걸린 뒤 검진과정에서 혈전을 찾아냈는데 이때 회복하는데 무려 6개월이 걸렸다.

클린턴은 이 때문에 지금도 '쿠마딘'이라는 혈전 용해제를 복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이슈화할 태세다.

트럼프가 지난 14일 미국의 유명 종합건강 TV프로그램 '닥터 오즈 쇼'(Dr. Oz Show)에 출연해 '약간 과체중이지만 아주 건강하다'는 내용의 최근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한 것도 이런 포석에서다.

자신이 70세로 나이가 약간 많긴 하지만 클린턴과 달리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전략이다.

트럼프 주치의인 헤럴드 본스타인 박사의 검진결과에 따르면 올해 70세인 트럼프는 술·담배를 하지 않으며, 키 192㎝(6.3피트) 몸무게 107㎏(235파운드)으로 '과체중' 범주에 속했으나 전체적으로 '훌륭하다'(excellent)고 진단했다.

이 같은 공세를 염두에 둔 듯 클린턴 주치의인 발댁 박사도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충분히 건강하다"는 소견서를 공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은 클린턴이나 트럼프가 향후 유세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건강 이상 현상을 보일지 여부이다.

특히 클린턴의 경우 한 번 더 이상 조짐을 보일 경우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트럼프, 힐러리 압도적 지지 히스패닉 표심 얼마나 뺏을까
미국 인구분포도로만 보면 이번 대선은 확실히 클린턴에게 유리하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성향의 백인 인구 비중은 줄어들고 민주당 성향의 히스패닉계 등 소수계 유권자들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2014년 기준으로 미국 인구는 총 3억1천874만 명이며 이 중 백인 62.2%(1억9천810만 명), 히스패닉 17.4%(5천541만 명), 흑인 13.2%(4천203만 명), 아시아계 5.4%(1천708만 명)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소수계 중에서도 흑인을 제치고 2위로 부상한 히스패닉계가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미 폭스뉴스 라티노의 최근 여론조사(8월 7∼10일·히스패닉 등록 유권자 803명) 결과를 보면 클린턴이 66%의 지지율을 기록해 20%에 그친 트럼프는 46%포인트 앞섰다.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에 비유하고, 약 1천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 추방과 함께 남쪽 멕시코 국경지대에 불법 이민자 차단을 위한 거대한 장벽을 쌓겠다는 트럼프의 '반(反)이민' 공약이 히스패닉의 반감을 산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최근 흑인과 더불어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접촉하며 연일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으나, 이들이 얼마나 트럼프 지지로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유리 '러스트벨트' 표심은…보호무역 변수 주목
러스트 벨트는 한때 부흥했다가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지금은 쇠락한 중서부 및 북동부 공업지역을 뜻한다.

미시간과 일리노이, 위스콘신, 오하이오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 지역에서 트럼프는 승리하거나 선전했고 클린턴은 일리노이를 겨우 건졌으나 미시간과 위스콘신 등은 패배했다.

경제 불평등과 일자리 감소 등 열악한 경제 상황에 대한 분노와 정치개혁 열망이 겹친 결과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비롯해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논리를 펴 성과를 거뒀으며, 본선에서도 이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러스트벨트 유세 때마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보호무역을 주창하면서 단골메뉴로 나프타와 한미FTA 등 무역협정을 성토하고 있다.

평소 자유무역 지지론자인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찬성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반대'로 돌아서고 지난 7월 말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첫 공략지로 대표적 러스트벨트 지역인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를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와 비교해 강도는 떨어지지만, 클린턴 역시 보호무역을 내세우고 있어 향후 러스트벨트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된다.

◇막판 변수 북한 핵-미사일 위협 영향은
미 대선판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IS격퇴전 등 중동 이슈에 밀려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나,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대선 정국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특히 클린턴과 트럼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자체에는 공히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해법을 놓고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앞으로 두 사람 간 공방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현재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대화는 없으며 동맹 및 국제사회와의 철저한 공조를 통해 대북압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얼마든지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더욱이 점점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이제는 아·태 지역을 넘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 북핵 문제는 뉴욕주에서 26일 1차 TV토론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클린턴은 앞서 5차 핵실험 직후 성명에서 "우리는 핵무기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일 대통령이 필요하다.

동북아에서 핵무기 보유국이 많아지면 그만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증가하는데 우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며 트럼프의 '한·일 핵무장 용인론'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는 워싱턴DC 유세에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것으로 발표됐는데 이번 실험은 클린턴이 국무장관을 맡았던 이래로 4번째다.

이는 실패한 국무장관이 초래한 또 다른 큰 실패일 뿐"이라며 클린턴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들 5대 변수 이외에 클린턴이 비록 기소는 면했지만 계속 발목이 잡혀 있는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의 외국인 기부금 부적절 수령 및 '클린턴 국무부'와의 유착 의혹,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외교실패 사례로 꼽히는 2012년 9월 리비아 벵가지의 미 영사관 피습 사건, 트럼프의 히스패닉·무슬림 비하 발언 및 적대적 정책, 법정 다툼 중인 '트럼프 대학' 사기 의혹 사건 등도 선거판을 흔들 변수로 거론된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