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ted Nations Secretary-General Ban Ki-moon (R) holds a joint news conference with UN-Arab League Envoy to Syria Lakhdar Brahimi (not pictured) in Montreux January 22, 2014.  Syria's government and its enemies come face to face on Wednesday for the first time as world powers try to set aside their own differences and push for an end to three years of civil war that is unsettling the entire Middle East.     REUTERS/Gary Cameron  (SWITZERLAND - Tags: POLITICS)
“불행히도 2006년 이후 벌어진 5번의 북한 핵실험 중 4번이 나의 임기 때 발생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날 회견은 71차 유엔총회 개막에 맞춰 열렸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시리아와 함께 북핵 문제에 집중됐다.

유엔 안팎에서는 한국인 출신 반 총장이 북핵 문제해결에 진전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10년 임기동안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한반도는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반 총장도 이날 “이렇게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된 것을 이전에는 보지 못했다”고 실토할 정도다.

연말 퇴임까지 100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반 총장으로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여 부문에서는 합격점을 받기 어렵게 됐다는 일반적인 평가다. 유엔 외교가에서는 “반 총장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정받고 싶어했던 부분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준 주유엔 한국대사는 “유엔 사무총장은 독자적으로 국제분쟁의 예방과 중재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국제기구의 경우 회원국 요청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반 총장은 유엔헌장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상대가 북한이라는 점에서 반 총장에만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오 대사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도발을 하고 안보리의 결의와 제재를 정식으로 부정하고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상황에서 중재와 예방은 상당이 어렵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이날 “마지막 날까지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하고 북한을 공개된 국제사회로 끌어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지만 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반 총장의 퇴임후 정치적 거취와 북한 문제를 연결시키는 시각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시분석도 있다. 이날 회견에서도 “북한 방문 계획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느냐”, “북한 방문이 내년 한국 대선 출마에 중요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왔다. 반 총장은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임기가 3개월 반 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이 시점에서 어떤 계획도 갖지 않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방북이 물 건너갔음을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출마와 관련한 반 총장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북핵문제 해결 의지에 대한 진정성이 비판받는 빌미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반 총장은 이날도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 “부정확한 부분에는 대답하지 않겠다”며 피해갔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