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벤처캐피탈 과세정책이 실리콘밸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머큐리뉴스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나 클린턴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들의 공약이 실현되면 벤처투자가들은 성공한 벤처투자에 대해 세금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는 벤처캐피탈에 대한 중과세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지금까지는 벤처투자가들이 일정 부분 수익으로 가져가는 벤처기업 이익을 자본소득으로 처리해 투자 유도 취지에서 세금혜택을 줬다. 하지만 이를 통해 ‘탈세’를 해왔다는 것이 양 진영의 주장이다. 벤처투자가들이 얻는 이익에 비난이 쏠리면서 양 진영은 사모펀드, 헤지펀드에서 얻는 성공 보수를 자본소득이 아닌 경상소득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벤처투자가는 기존 23.8%에서 두배 가까이 오른 43.4%의 소득세율을 부과받는다.

투자업계 반발은 거세다. 미국벤처투자협회의 바비 프랭클린 회장은 “(그렇게 된다면) 실리콘 밸리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머큐리 뉴스도 “벤처투자가들이 항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바이오기술 회사 등 장기적이고, 성공확률을 보장할 수 없는 투자는 어렵다”며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실질적인 벤처투자는 찾기 어려워지게 된다”고 전했다. 벤처투자가들이 미국의 중과세를 피해 인도, 중국, 싱가포르 등으로 회사를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친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어 온 클린턴 진영이 정작 벤처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클린턴은 지난 6월 말 전 미국의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과학기술 교육을 뜻하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의 약자)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컴퓨터 과학 등의 과목에 5만 명의 교사를 추가로 양성할 계획 등을 요지로 한 ‘기술 혁신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같은 클린턴 진영의 기술친화 정책 방향과 반대로 벤처투자가들을 해외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석탄이나 자동차 산업 등 전통적인 ‘공장 산업’의 육성과 해당 산업종사자의 이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이자 워싱턴포스트 소유주인 제프 베저스와 각을 세우는가 하면, 애플 아이폰 암호 해제 논란 때는 애플 불매운동을 언급하는 등 실리콘밸리와 끊임없이 반목해 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