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용해제 '쿠마딘' 복용중, 폐렴으로 항생제 투여도 시작

어지럼증으로 휘청거리는 장면이 영상에 적나라하게 잡힌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은 과연 어떤 상태인가?
대선을 50여 일 앞둔 9·11 사태 15주년 추도행사 도중 벌어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녀의 과거 병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건강문제에 관해 클린턴은 그간 '비밀주의'를 택해왔다.

프라이버시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건강에 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몇 차례 있었다.

먼저 1998년. 퍼스트레이디였던 그녀의 오른 다리에 혈전이 발견됐다.

오른 발이 부어올라 거의 신발을 신을 수 없었다.

진단결과 무릎 뒤에서 큰 혈전을 찾아냈다.

혈전용해제를 사용해 증상은 사라졌다.

그녀는 추후 회고록에서 "내가 겪어본 일들 가운데 건강에 관해 가장 우려됐던 상황"이라며 "전 세계를 논스톱 비행한 게 원인"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 사실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그녀는 베데스다 국립해군의료센터에서 외래환자로 등록해 비밀리에 치료받았다.

백악관 주치의에게는 "민주당 선거지원 캠페인이 너무 바빠 입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어 2009년에 그녀의 다리에서 2번째 혈전이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내과 전문의가 2015년 7월 대선에 뛰어든 클린턴의 건강 상황을 언론에 설명하는 서한에서 이 사실을 공개했다.

그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3년 뒤에는 그녀의 두개골에서 혈전이 발견됐다.

당시는 증상이 너무 심각해 숨길 수 없었다.

국무장관이던 클린턴은 뉴욕 컬럼비아대학 병원에 입원했다.

회복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벵가지 사태 의회증언이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그녀는 당시 장염에 따른 심각한 탈수로 졸도했다가 뇌진탕에 걸린 뒤 정기 건강진단을 받는 과정에서 혈전을 찾아냈다.

이번 어지럼증에 따른 졸도 사건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녀의 개인 주치의인 리자 발댁은 성명을 내 클린턴이 지난주 폐렴에 걸린 것으로 진단해 항생제를 투여했다고 설명했다.

이 항생제와 무더위에 따른 탈수가 겹치며 쇼크가 발생했다는 것.
WP는 68세인 클린턴이 건강기록을 잘 공개하지 않아 그녀의 상태를 이해하는데 유권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녀가 겪고 있는 '심부 정맥 혈전증'은 수시로 검사가 필요한 혈전 용해제를 매일 복용해야 하는 증상이다.

클린턴은 '쿠마딘'이라는 혈전용해제를 복용한다.

의사들은 "혈전용해제를 복용한다면 건강에 대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무엘 더르소 존스홉킨스 의대 노인의료학장은 "체내 출혈이 우려된다"고 WP에 밝혔다.

또 경련과 졸도 등 무더위에 따른 증상은 상대적으로 노인들에게 흔하고 일시적인 것이지만, 폐렴이 있다면 증상은 악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08년까지 20여 년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데이비드 샤이너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기에는 후보 2명이 너무 늙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자세한 건강기록의 공개를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