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현지 진출 겨냥…북핵·미사일문제 협조 포석도

일본이 북한의 전통적 우방으로 꼽히는 쿠바에 거액의 채무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1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최근 쿠바가 안고 있는 대일 채무액 약 1천800억엔(약 1조9천535억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천200억엔(약 1조3천23억원)을 면제해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베 총리는 이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쿠바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

계획이 성사되면 일본 현직 총리 최초의 쿠바 방문이 된다.

아베 총리는 이 경우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회담을 하고 채무 면제 방침을 밝힐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는 쿠바의 경제개혁을 주제로 양국간 '관민합동회의'를 오는 11월 도쿄에서 여는 방안도 제안할 계획이다.

일본이 이처럼 쿠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자국 기업 진출을 도와주는 동시에 북핵·미사일 문제,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해서도 협력을 요청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쿠바는 지난해 미국과 국교를 재개하는 등 고립 노선을 탈피해 국제사회와 관계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풍부한 광물과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쿠바에 진출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일본은 쿠바와의 경제협력 추진에 걸림돌이 돼 온 거액의 채무를 경감해 주는 대신 자국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쿠바의 대일 채무액은 일본기업의 대(對) 쿠바 수출상품 대금과 장기간 상환 지연으로 인한 이자 등을 더한 것이다.

일본은 계획대로 이번에 1천200억엔을 면제해 주고 남는 채무액 600억엔(6천526억원)에 대해서는 상환 연장과 같은 지원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부터 자민당 소속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일·쿠바 우호의원연맹회장을 내세워 채무 면제 관련 협의를 진행해 왔다.

앞으로 정부개발원조(ODA)에 의한 대규모 엔 차관 등의 방식으로 쿠바의 인프라 정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