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지지자 투표율·열의도 상대적 저조"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맞붙은 미국 대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미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노동절(5일) 이후 나타난 유권자 표심이 특정 후보에게 크게 쏠리지 않은 채 팽팽한 것으로 파악돼, 판세는 더욱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를 보면, 등록유권자 대상 설문에서 클린턴은 45%의 지지율을 기록해 30%에 그친 트럼프를 10%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러나 일반유권자 대상 설문에서는 클린턴 46%, 트럼프 41%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절반으로 축소됐다.

이 조사는 지난 5∼8일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4.5%포인트이다.

등록유권자는 이미 선관위에 유권자 등록을 마친 유권자로 대다수가 양당의 고정 지지자들이지만, 일반유권자는 무당파로 아직 등록하지 않는 유권자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즉, 클린턴이 양당의 고정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크게 앞서고 있지만 중도 성향 유권자와 무당파까지 포함하면 리드 폭이 축소된다는 의미다.

이 조사에서 10명 중 7명은 지지후보가 확고하다고 응답했지만, 3명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거나,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해, 막판까지 두 후보 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판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응답자 가운데 '꼭 투표하겠다'는 비율은 트럼프 지지층(93%)이 클린턴 지지층(80%)보다 13%포인트나 높았다.

WP는 "클린턴이 앞서고는 있지만 경고등이 켜졌다"고 분석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다수의 여론조사가 등록 유권자와 일반유권자 사이에서 투표율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등록유권자 사이에서는 클린턴이 우세하지만,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를 상대로 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이는 클린턴 지지자들이 이번 대선에 의욕이나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덜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클린턴이 투표율과 열의라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LA타임스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이 추적조사 방식으로 실시해 매일 내놓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이날 현재, 클린턴이 45%, 트럼프가 4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초박빙 승부를 펼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 대선에서 당락을 가르는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도 초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6∼8일 애리조나와 조지아, 네바다, 뉴햄프셔 등 4개 스윙스테이트를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내놓은 여론조사에서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는 애리조나(클린턴 41%, 트럼프 42%)와 조지아(클린턴 43%, 트럼프 46%)에서 앞섰고, 클린턴은 네바다(클린턴 45%, 트럼프 44%)와 뉴햄프셔(클린턴 42%, 트럼프 41%)를 가져갔다.

그러나 4개 스윙스테이트 모두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지역별 차이가 있으나 평균 ±3.5%포인트) 안에 머물렀다.

NBC뉴스는 "두 후보의 경합주에서의 대치가 한층 첨예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CBS뉴스와 유고브가 지난 7∼9일 투표의향이 있는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도 경합주인 플로리다(오차범위 ±3.5%·1천193명)에서 클린턴이 44%, 트럼프가 42%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8월 같은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5%포인트 앞선 데서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또다른 경합주인 오하이오(오차범위 ±3.9%·994명)에서는 클린턴이 46%로 트럼프(39%)를 7%포인트 앞섰다.

이들 주를 포함한 경합주 전체에서는 클린턴이 평균 1%포인트 앞서 지난주의 2%포인트보다 격차가 줄었다.

매일 자체 예측조사 결과를 업데이트하고 있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현재 클린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79%로 평가했다.

이는 최고치였던 지난달 25일 89%에서 10%포인트 떨어진 결과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김정은 기자 k0279@yna.co.kr, kje@yna.co.kr